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특별방역대책기간을 종료하고 이달 1일 평시 방역체계로 전환한지 하루만이다. 제주 애월, 전북 군산, 경기 파주, 부산 기장 농장이 고병원성 H5N8형으로 확진된데 이어 경남 양산, 울산 등지에서는 고병원성이 확인되는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발 시점인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66농가에서 17만6100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추가 정밀검사가 진행 될수록 살처분 마리 수는 더욱 늘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전국을 휩쓸었던 AI 피해를 입은 농가들에게는 엎친데 겹친 격이다. 또다시 ‘AI 악몽’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일부 농가는 당장 재 입식이 중단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복철 성수기를 앞두고 삼계탕 소비가 둔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도 6일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데 이어 7일 24시간 일시 이동 중지명령을 발동시켰다. 또 100마리 미만 가금류를 사육하는 소규모 농가에 대해 전수 수매도태에 나섰다. 정부가 닭이나 오리를 실거래가로 사들여 도살한 뒤 비축하거나 경로당 등에 음식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더 이상 AI 확산에 따른 농가들의 피해와 고통이 커지지 않도록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였던 소규모 농가에 대한 집중 방역은 물론 수매도태에 대한 농가 참여율을 증대시킬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AI바이러스 활동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토착화 가능성에 대해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 과거 늦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더 이상 받지 않도록 정부의 보다 더 공세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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