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교란식물과의 공존이 가능한가?

이런 일이 있을 수 없겠지만, 내가 당근, 고추를 재배하는 텃밭에 산삼이 자라고 있다면 이 산삼은 잡초일까? 잡초학에서는 잡초를 여러 가지로 정의하고 있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원하지 않는 식물’이다. 이렇게 봤을 때 앞에서 언급한 산삼은 식물자체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잡초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농경지에 나는 잡초는 81과 621종으로 매우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외국에서 들어온 외래 잡초가 28과 166종이다.

환경부는 지난 2016년 6월 15일 ‘갯줄풀’, ‘영국갯끈풀’을 생태계 교란식물(生態系 攪亂植物)에 추가로 지정했다. 이 두 식물은 2015년 4월, 전남 진도와 인천 강화도 갯벌에서 처음 보고된 후 강화도 갯벌에서만 6개월간 2배 가까이 증식돼 갯벌생태계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했다.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식물은 위의 두 종을 포함해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서양금혼초’, ‘털물참새피’ 등 총 14종이다. ‘가시박’은 한강변 또는 낙동강변 등 큰 강변을 중심으로 번식한ㄷ. ‘서양금혼초’는 주로 제주지역에만 발생하기도 하지만 ‘돼지풀’과 같이 이미 전국으로 퍼져 토착화의 길을 걷는 식물도 존재한다. 갯벌을 내 텃밭으로 생각한다면 생태계 교란식물인 ‘갯줄풀’, ‘영국갯끈풀’은 아마 잡초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잡초가 그러하지만 생태계 교란식물은 대부분 외국에서 들어와서 초기생장이 빠르고 많은 종자를 생산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주로 절개지나 나대지와 같이 식생이 파괴된 곳에서 우점한 뒤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작물재배를 위해 매년 최소 1∼2회 정도 땅을 갈아엎어 모든 식물을 제거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농경지는 다른 어떤 야생의 공간보다 생태계 교란식물 번식에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실제 조사한 결과, 최근 지정된 ‘갯줄풀’과 ‘영국갯끈풀’을 제외한 12종의 생태계 교란식물이 농경지 내에 잡초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생태계 교란식물의 확산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과 작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이들 잡초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각각의 생리·생태적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방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은 종족번식을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인간의 관점에서 인간과 생활 주변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부식물을 제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도 가끔은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나 정반합의 법칙과 같이 이로움이 크면 살리고, 해가 크면 도태되는 것이 삶이 아니겠는가.

이인용/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 농학박사 이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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