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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새 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자격이상길 논설위원·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장
   

문재인 정부의 초기 인사를 두고 국민들의 기대가 높다.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선언하며 능력을 중심으로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인사 스타일에 감탄하고 있다. 나라를 나라답게 이끌어 가는 모습에 국정 지지율이 90%에 육박할 정도다. 한창 진행 중인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서는 도덕성과 업무능력, 철학과 정책비전을 놓고 검증이 진행되면서 일부 마찰음도 나오지만,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단연 기대와 관심의 대상이다.

각 부처 장관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어떤 인물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임명할지 자못 궁금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 이상 이 땅에서 농업이 희생산업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새 정부의 농정개혁을 이끌어 갈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현재 농식품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꽤 많다. 농업관련 정계와 대선 캠프 출신 등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인물이 농림장관을 거쳐갔다. 초대 조봉암 장관 이후 1948년부터 지금까지 69년 동안 무려 61명이나 되는데, 그 출신을 보면 관료, 정치인, 학자 들이 대종을 이룬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군인 출신이 장관으로 온 일도 있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농민 출신인 고 박홍수 전 한농연 회장이 장관을 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농식품부 장관은 어떤 인물이 돼야 할까? 학자이자 농민운동가, 시민운동가로서 김대중 정부의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2년6개월여 동안 국정을 경험한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대답한다. “농업은 국가와 민족 발전의 최소기본조건(National Minimum Requirement)이라는 철학이 뼛속까지 가득한 사람이 해야 한다.” 촌각의 망설임도 없는 답변이었다. 이어 세종대왕의 통치철학이던 ‘민유방본 본고방녕 식위민천(民惟邦本 本固邦寧 食爲民天: 백성은 오직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 밥이 백성들의 하늘이다)을 예로 들어 농림부 장관의 자격을 설파했다. 그 자격은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농민의 생산의욕을 높이는 소득, 복지를 보장하는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존경하는 리더십이란 점에서, 그의 비유는 의미심장하다.

김 교수는 또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되는 부류도 적시했다. “농림부 장관은 농민을 하늘처럼 받들어야지, 식품기업을 비롯한 대기업, 농자재 회사 등의 비위를 맞춰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 관료, 언론에서도 농민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에 봉사하는 부류들을 경계했다.

그동안 농업은 수출산업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돼왔고, 농식품부는 경제부처 중에서도 하위부처로 취급돼 왔다. 농식품부 장관 인사는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개념보다는 지역안배 차원에서 발탁하는 관행도 있었다. 새 정부의 농정은 마땅히 이를 혁파하고 농민이 중심이 되는 농정이 되어야 한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농민의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안전한 국민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농정이 되어야 한다.

이런 농정 대개혁이 실현되려면 새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요령껏 타부처와 국회를 맞아 농민을 대변하고, 농업의 이익을 관철하는 논리와 배포가 있어야 하며,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장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김성훈 전 장관이나 고 박홍수 전 장관은 철학과 조직 장악력을 두루 갖췄던 인물로 평가된다. 청와대나 농림부 관료들 눈치나 보고, 경제부처 장관에게 밀려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 ‘강장 밑에 약졸 없고, 약장 밑에 강졸 없다’는 격언처럼 지도자의 리더십이 변화를 견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초지일관 ‘농업·농촌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0년 동안 잘못된 농정을 철저하게 뜯어고치고, 농민과 소통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농민들의 염원대로 훌륭한 농식품부 장관을 발탁하고, 그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농민들과 더불어 농정을 개혁하고 농업의 희망을 만들어가기를 고대한다. 농민이 웃고 국민이 행복한 농정, 그것이 국민 모두가 그리는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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