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표필름’으로 유명한 일신화학공업(주)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일신화학공업은 창립초기부터 농업용 필름을 전문화시켜서 국내시장에서 독보적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또한 20년 전부터는 포장 및 산업용인 각종 보호필름과 엠보싱필름을 생산하고, 디지털디스플레이 산업에 필요한 전자재료용 보호필름을 국산화시켜 관련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정철수(66) 일신화학공업 대표이사를 만나 지나온 역사와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각오를 들었다.


농업·산업·전자재료용 필름 보급

Q. 일신화화공업은 몰라도 ‘학표 농업용 필름’을 모르는 농민은 아마 없을 것 같다. 50년 연혁을 간추려달라?

A. 창업주인 임오순 선대회장이 1962년 서울 방산시장에 ‘일신상회’를 설립해 업계실태를 파악하고, 1967년 서울 전농동의 100평(330㎡) 공장에서 필름을 생산한 것이 역사의 출발이다. 그때 붙인 상표가 ‘학표’다. 1970년 7월 정식 등록된 ‘학표’는 오늘날까지 일신화학을 대표하는 상표다. 선대회장의 고향이 전북 정읍이다. 농촌출신으로 농업과 농촌발전에 기여하자는 생각에 농업용 필름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비닐하우스가 늘기 시작한 것은 1960년 후반부터인데, 1970~1980년대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발전과 맞물려 비닐의 공급도 크게 늘고, 플라스틱필름 가공산업이 함께 발전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농촌지역 비닐수요가 크게 늘었다. 즉, 보온못자리를 통한 다수확 영농이 확산됐고, 밭고랑에 비닐을 씌워 병충해를 막고, 겨울철 내부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발전했다. 일신화학공업에서도 보온못자리용 필름에서부터 멀칭필름, 광폭필름 등 용도에 맞는 제품을 개발, 보급해왔다. 1970년대는 소폭필름을 주로 생산했고, 1981년 ‘장수필름’을 개발한 이후 삼중필름, 삼중EVA(에티렌초산필림공중합체)필름 등 농업용 광폭필름을 생산했다. 이어서 1990년대부터는 안개방지, 광질전환, 장기성 등 각종 기능성 필름을 개발하고, 스트레치필름(공업용 랩), 보호필름 등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일본산 PO필름(폴리올레핀)이 수입되는 것에 대응해 장기성PO필름을 개발했다. 이후 지금까지 크게 농업용, 산업용, 전자재료용 3개 부문에서 다양한 필름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정직·신용 창업이념 따라 한우물

Q. 수많은 기업이 설립됐다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50년 동안 플라스틱 필름업계를 선도해온 비결은?

A. 대기업도 아니고 중소기업이 거의 동일한 업종으로 소비자사랑을 받는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제조업을 영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창업이념이 ‘정직’과 ‘신용’이고, 그 정신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면서 합성수지필름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1970년대만 해도 농민들이 농업용 필름의 두께 등을 정확하게 몰랐다. 그런데 오일쇼크(석유파동)를 겪으며 원재료가격이 폭등하자 일부에서 기존보다 얇은 두께의 필름을 생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대회장은 우직스러울 정도로 품질을 고집했다. 또한 당시의 비닐하우스는 가을에 씌워 겨울을 나면 다음해 봄에 필름을 교체해야 여름을 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일신화학공업이 1981년 개발한 ‘학표 장수필름’은 가을에 씌워서 다음해 여름을 넘길 수 있는 내구성을 갖고 있었다. 또한 무적처리를 해서 하우스 내로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고 흘러내려 광투과율이 높고 작물생육을 촉진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농촌인력의 고령화와 인건비 등을 감안해 1번 설치로 3~4년 버티는 ‘장기성PO코팅필름’ 등을 개발했다. 이처럼 앞서가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농민들로부터 최고 품질로 인정받은 것이 제조업을 지속해온 비결인 것 같다.


소비자 투자대비 수익낼 수 있게

Q. 농업용 필름시장의 가장 큰 위협요인과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A. 여러 학자들이 인구절벽과 생산과잉으로 장기적 저성장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농업 역시 FTA(자유무역협정) 등으로 무역장벽이 없어지면서 한 국가 내에서 양적성장을 통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또한 농산물 가격의 하락세가 유지되면서 농가의 구매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과 각종 규제 및 불합리한 제도가 경영활동의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폐기물부담금의 경우 환경부하가 높은 제품과 포장재에 대해 환경비용을 부담시키는 제도인데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활성화돼 있음에도 농업용 필름에 높은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 농협경제지주가 시장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농자재가격에 대한 저가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아주 나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원료가격이 6~7%나 올라도 계통공급 기준가격을 낮추라는 식인데, 결국은 품질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일본산 수입필름이 품질대비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고, 국내 농업용 필름업체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과 여건을 감안할 때 ‘최적의 제품을 최적의 가격대’에 만들어서 제품의 소비자들이 투자대비 효율적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일신화학공업의 대응전략이다. 무엇보다도 농업용이든 산업용이든 전자재료용이든 소비자의 요구를 한발 앞서서 개발할 수 있는 감각과 실력을 끊임없이 배양하는 기업체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고객에 꼭 필요한 기술개발 매진

Q. 농업·농촌 발전에 대한 생각과 새로운 50년에 대한 경영구상은?

A. 우리농촌이 고령화되고 농업인구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많다. 가성비가 뛰어난 농자재들이 많이 보급됐고, 최신기술을 갖춘 젊고 유능한 농민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시설원예는 일손이 많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3000~4000평짜리 하우스를 흔히 볼 수 있는데, 기술력을 갖춘 농민들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이들은 변화를 받아드리는데 망설임이 없고, 기존 농사방법을 비롯해 관행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적극적이다. 또한 농업과 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국가차원에서 보호를 해주는 추세다. 이런 정책을 바탕으로 농촌지역의 거주환경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기 때문에 지역축제나 농촌체험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가족농 단위의 실속 있고 지속가능한 농업시스템을 만들어간다면 우리나라 농업은 분명 희망이 있다.

특히 일신화학공업이 농업용 필름을 비롯한 전문분야의 제조업을 50년 동안 영위해온 것은 전적으로 농민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신화학공업 역시 비닐하우스용 필름 외에 곤포사일리지필름 국산화 등 한국농업에 필요한 역할을 나름대로 열심히 수행해왔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이때에 일신화학공업의 역사와 실력에 대해 변치 않는 신뢰를 부탁하면서,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끊임없는 자기혁신으로 고객에 꼭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우리 제품으로 한국의 농업과 농민들의 생존력과 지속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살길이기 때문이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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