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당초 입장을 뒤집고 가락시장에서 수입 당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가락시장 경매장에 반입된 당근으로 오른쪽이 국내산, 왼쪽이 논란이 되고 있는 수입산 당근이다.

서울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수입 당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려는 서울시의 입장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도매시장 개설자의 이러한 입장이 공영 도매시장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크다.

가락시장 중도매인 요구로 시작, 시장관리운영위 촉구 
서울시 반려했다 석달 만에 입장 바꿔 지정 강행 방침
“충분한 검토 의문·공영 도매시장 목적에 어긋나” 비판  


▲상장예외 품목 논란=도매시장 상장예외품목 지정 논란은 지난해 5월 광주광역시에서 불거졌다. 당시 광주광역시 감사위원회가 관내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불법 및 부정행위에 대한 감사결과의 상장예외거래 도입 검토 등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에 도매시장법인들은 물론 학계와 연구기관, 더 나아가 생산자단체들까지 상장예외거래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보이며 반대하고 나섰다. 전창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시 열린 토론회에서 “지금의 유통 현실을 감안하면 (상장예외제도는) 사실상 없어져야 하는 제도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상장예외제도 도입이 시대적 착오에 불과하다는 것이 유통 전문가들과 학계의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조례 제정을 해서 공포를 했지만 같은 해 12월에 열린 시장관리위원회에서 부결이 됐다. 유통 전문가들이나 학계, 생산자단체의 상장예외제도 도입 반대 의견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후 도매시장에서 상장예외와 관련된 논란이 잠잠하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농산물을 취급하는 가락시장에서 상장예외품목 지정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기 때문이다. 수입 당근을 포함해 총 14개 품목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해 달라는 중도매인단체의 요구로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논의가 됐다. 논의 결과 도매시장법인과 출하자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입 당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해 서울시에 제출됐다. 이에 서울시는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 규정하고 있는 상장예외품목 지정 요건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다며 반려했다.

▲상장예외 논란 더 거세져=서울시의 반려로 가락시장의 상장예외품목 지정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올해 3월에 열린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수입 당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의결해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에 도매시장법인과 당근생산농민들이 나서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하며 지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본보 제2910호 6면 참조> 그러나 서울시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쳤고, 추가 유통비용으로 중도매인의 경쟁력 약화에 다른 도매시장 활성화 저해 등의 이유로 수입 당근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 도매시장법인들과 생산자단체, 학계에서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서울시의 입장 번복에 따른 문제다. 서울시 담당자는 지난해 열린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상장예외로 지정을 하려면 농안법 시행규칙에 해당되는지 자료를 분석하고 논의를 해야 된다”며 “(이러한 자료가 바탕이 되지 않는 한 상장예외 지정을) 반대하고, 도입하고를 논의하는 것은 앞으로 하지 말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을 담당자가 바뀐 올해 뒤집었다. 바뀐 서울시 담당자는 “지난해 재심의 조건이 이번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가 됐다고 판단이 든다.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할 사항이다”고 말했다. 불과 3개월 만에 입장이 번복된 것이다.

이를 두고 도매법인들은 “농안법 시행규칙에 해당되는지 명확한 자료 검토와 분석도 없는 것은 물론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조차 반대가 있었는데도 충분한 검토가 됐다는 서울시의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유통 전문가들은 농안법 시행규칙에 상장예외품목의 지정을 예외로 둔 것은 그만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이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코다리명태 소송결과의 판결문을 인용해 “(상장예외품목 지정의) 허가요건에 해당되는지 판담함에 있어 도매시장 개설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상장예외품목의 지정 및 거래허가는 기본적으로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 판결문을 자세히 보면 “상장예외품목의 지정 및 거래허가는 상장거래라는 원칙에 대한 예외인 점, 재량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품목’이라는 규정이 재량의 폭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재량은 적정하게 행사돼야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고, 재량권의 적정 행사 여부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나와 있다. 결국 농안법에서 규정한 상장예외 규정을 폭 넓게 해석하기 보다는 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는 것이 도매법인들의 주장이다.

또한 서울시나 서울시공사의 주장처럼 상장예외품목 지정이 상장거래와 상장예외거래의 건전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이는 도매시장 유통주체의 거래 특성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거래에서 도매법인은 수집의 기능만 있지만 상장예외거래에서 중도매인은 매수, 수집, 판매까지 가능한 상황에서 건전한 경쟁이 가능하겠냐는 것.

한 유통 전문가는 “지금처럼 상장예외품목을 확대하는 것이 공영도매시장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개설자가 오히려 공영도매시장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공영도매시장의 이러한 문제를 중앙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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