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과 본보가 공동으로 주관한 제1회 수출농업포럼에서 ‘딸기 1억불 수출달성을 위한 스마트한 정책·기술·현장 협력체계 구축방안’을 주제로 첫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수출현장의 주요 이슈와 문제점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진단, 분석하고 새로운 대안과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남원 및 진주 딸기 재배농가와 기관, 학계 등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일시-2017년 4월 20일(목) 14시
장소-국립원예특작과학원 대강당


#주제발표/한국딸기 수출현장의 문제점 및 애로사항에 대한 진단과 분석
정부가 나서 규격 안맞는 딸기 제한해야

싱가포르·미국 등 수출대상국
농약잔류기준 현실화도 절실

 

▲문수호 수곡덕천영농조합법인대표=오늘은 생산자 대표로 주제발표를 하게 된 만큼, 농가들이 현장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 정부의 지원 등을 얘기해 보려 한다. 정부가 딸기 수출 1억 달러 달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최근 3년간 우리 영농조합법인의 수출실적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316만 달러에서 2015년 293만 달러, 2016년 226만 달러로 감소했다. 수출 딸기의 안전성과 잔류 농약, 유통, 품종 개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딸기 수출 농가의 체계적인 관리체계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딸기만큼 수출이 활발한 파프리카의 경우, 재배부터 수확, 선별과 출하까지 정부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해 고유 번호를 받은 ‘ID 등록농가’만 수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딸기는 아직 ‘수출농가 ID 등록’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 국내시세에 따라 딸기를 매취해 수출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출경험 없는 개별 농가들이 국내 상황에 따라 수출을 진행하면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 수출과 체계적이지 못한 품질관리, 안정적이지 못한 물량 공급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해외 바이어와 신뢰도 약화로 이어져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부가 하루 빨리 딸기 수출농업인의 ID 등록제를 시행, 더 이상 규격에 맞지 않는 내수용 딸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관련 사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와 미국 등 수출대상국의 농약잔류기준 현실화도 절실히 요구된다. 일례로 홍콩은 우리 딸기 수출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지만, 홍콩 정부가 승인하는 농약이 매우 제한적이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싱가포르와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며, 두 국가가 허용하는 농약이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어 수출 시장 개척에 한계가 많다. 우리 딸기의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가 수출 대상국에 농약 잔류 기준 설정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관련 허용 기준을 조속히 설정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해주길 바란다.

수출딸기 운송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신선식품 판매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신선도다. 그리고 최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송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딸기를 수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주면 좋겠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면 딸기 수출이 평균 3일정도 걸리지만, 김해국제공항을 이용하면 이틀 만에 현지 시장에 유통 가능하다.

수출용 품종 개발과 이에 따른 재배 매뉴얼 보급도 필요하다. 현재 매향을 수출 중인데 재배가 까다롭고 수량성이 낮다. 재배법을 정착시키는데 12년이나 걸렸다. 재배 시설 및 기술이 개발되고 농가에서 활용하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이에 최신식 시설 및 재배 기술보급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매뉴얼 보급 등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수출품종 개발도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수출용인 매향은 저장성과 경도가 높지만 당도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과육이 탄탄하고 향과 맛이 진한 수출품종의 개발이 절실하다. 이밖에도 신시장 개척을 위한 중국과의 검역협상과 자조회 구성, 수출딸기 생산단지 육성, 생산 현장과의 현실적인 소통체계 구축 등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 농촌진흥청과 본보가 지난 20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제 1회 수출농업포럼’을열고 주요 수출 신선식품인 딸기의 수출확대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참/석/자
좌장-이용범 원광대학교 교수
조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수출진흥과 사무관
신학기 농촌진흥청 수출농업지원과장
김태일 충남도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장
이상우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전하준 대구대학교 교수
오성진 엘림무역 대표


#종합토론

동남아 등 수출규모 확대 전망

▲이용범 교수=딸기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품목이어서 정부와 농가, 수출업계가 함께 노력한다면 수출 규모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도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과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에 딸기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수출현장에 도입돼야 할 정책, 기술, 개선책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주기 바란다.

수출창구 단일화·규모화 노력
▲조경규 사무관=농림축산식품부는 고품질 신선식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수출통합조직결성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수출 통합조직이 출범하면 수출창구의 단일화 및 규모화로 수출 규격이 일정해지며, 체계적인 품질 관리도 가능해진다. 자연스럽게 우리 수출 농식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2009년부터 주요 수출 농식품의 품목별 수출 통합조직 결성을 시도해 왔으며, 그 결과 올해 초 버섯의 수출통합조직을 출범했으며, 딸기는 수출통합조직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딸기 수출통합조직은 크게 수출가이드라인 및 단일 수출조직 지정 등을 담당하는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안전성 관리와 재배방법, 선별·품질 기준을 결정하는 생산자협의회, 출하약정 체결, 품질관리, 체크프라이스, 시장 분할 등을 추진하는 무역업체협의체로 구성된다.

앞으로 농식품부는 모든 지원 사업을 수출통합조직을 통해서만 진행할 계획이며, 통합조직에 참가하는 농가에만 수출 ID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딸기 수출이 마무리되는 6월 쯤, 외부 전문가를 통해 전술조사 실시, 참여농가와 수출업체 등을 선정할 계획이다.

딸기 수출, 신선도 유지가 중요
▲신학기 과장=현재 딸기수출연구사업단을 중심으로 수출에 적합한 딸기 품종 개발, 안정적인 생산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오늘 주제발표에서 나온 수출대상국의 농약잔류기준 현실화 문제의 경우, 해당 수출국과 협의를 통해 농약 잔류기준을 설정하다 보니,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농식품부와 농진청, 검역본부 등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려 달라.

고품질 딸기 수출을 위해서는 신선도 유지가 정말 중요하다. 농진청에서는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찾고 있다. 최근 수출물량이 적아 컨테이너를 채우지 못해 신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에 다른 품목과 함께 선적할 수 있는 운송 방안을 모색 중이다. 품종 개발 역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품평회를 통해 가능성을 꾸준히 확인 중이다. 기존 품종의 생산량 확대 및 신품종의 재배에 어려움을 겪는 생산농가를 돕기 위해서 오는 5월 농식품수출경영체 협의회를 발족한다. 농가 대상 맞춤형 재배기술과 최신기술이 현장에 확실히 보급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수출시장별 특화 품종 개발을
▲김태일 장장=딸기를 좀 더 활발하게 수출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품종이 개발돼야 한다. 현재 우리 딸기육종 연구는 각 도의 농업기술원과 원예특작과학원 등 9개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민간 육종이 활성화된다면 더욱 좋은 딸기 품종이 개발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신품종 개발 과정에서 당도와 저장성이 높으면서도 생산량도 많은 완벽한 품종을 개발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수출시장별로 특화된 품종 개발에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동남아 시장의 경우, 더운 날씨로 딸기를 재배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이에 저장성이 가장 중요하다. 당도가 조금 낮아도 경도가 높으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농가에서도 무조건 매향, 설향 품종만 고집하지 말고 수출시장에 특성을 파악, 품종을 결정하길 바란다.

육종가와 생산자, 수출업체가 함께 고민해 육종을 개발하는 협의체도 필요하다. 종묘장에서는 수출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기에 많은 한계가 있다. 각 현장에서 습득할 수 있는 정보가 공유된다면, 맞춤형 수출 딸기 품종 개발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수출업체 덤핑수출 방지해야 
▲이상우 교수=우리 딸기의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생산자와 수출업체,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일단 생산자들은 더 좋은 품질의 딸기 생산에 앞장서야 한다. 동남아 시장에서 우리 딸기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본산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지난 2015년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홍콩 딸기 수출시장 현황분석에 따르면, 일본딸기 100g은 4659원, 우리제품은 1899원에 판매됐다. 우리 딸기 수출 확대의 정확한 이유는 품질이 아닌 저렴한 가격이었던 것이다.

수출업체들은 덤핑수출 방지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현재 우리 수출딸기는 10여개의 중소업체를 통해 해외시장에 나가고 있는데, 수출 물량이 부족한 시기에는 물량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과잉생산 시기에는 덤핑판매로 우리 딸기의 상품적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정부는 품종육성과 수출전문조직화에 앞장서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뉴질랜드 정부가 키위 수출 단일화법을 제정, 품목별 협동조합 기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포장·디자인 신경써 고급화 
▲전하준 교수=딸기 수출은 짧은 시간 안에 큰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 태국 딸기 시장을 둘러보고 굉장히 놀랐다. 10년 전, 둘러봤던 싱가포르 수출 딸기 시장에서 우리 딸기가 일본산 반값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우리 제품에는 미숙과나 기형과, 무른 딸기가 많았지만, 일본제품은 하나같이 균일하고 색감이 뛰어났다. 포장 면에서는 차이가 더 심하다. 일본 딸기의 경우 용량이 다양했고, 가공식품처럼 앙증맞은 캐릭터가 새겨진 포장제품도 있었다. 품질 개선은 물론 포장 및 디자인의 고급화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중국이 딸기 수출시장에 들어오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수출 품종인 매향보다 더욱 뛰어난 품종이 필요하다. 현재 일본은 각 수출국의 소비자 입맛에 맞는 딸기를 수출하기 위해 지속적인 품종 개발을 하고 있다. 재배기술 보급도 좀 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재배기술이 농가에 적용된다하더라고 딸기 품질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끝까지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철저한 조사로 중국시장 개척
▲오성진 엘림무역 대표=우리나라의 딸기 생산 규모는 1조2000억원 정도다. 이 중 수출액은 약 3245만 달러로 3% 정도만 해외시장으로 수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딸기 수출을 1억 달러까지 늘리자고 의욕을 보이는데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개척하지 않고서는 불가능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우리 딸기 수출 시장은 18개국으로 주요 수출시장은 홍콩과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다. 이 중 홍콩과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라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 말레이시아는 현지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있어 딸기 수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확대 가능성이 있는 국가는 태국과 베트남 정도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딸기가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현지시장을 조사한 결과, 중국 신선식품 프리미엄 매장에서만 연간 4000톤을 소비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현지 딸기 농가들이 알 수 없는 호르몬제를 사용, 소비자의 신뢰도는 상당히 낮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 신선 딸기의 검역협상을 진행해 딸기 수출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이동광 김효진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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