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농가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방역 개선대책에 가금 사육 농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AI에 안일한 대처로  일관해 사상 최악의 사태를 불러온 정부가 오히려 농가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번 AI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정부의 대응 실패를 꼽는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초동 대응이 늦어지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거점소독소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왔고, 심지어 소독약의 효력에 대한 의문도 강하다.   

정부는 철새가 AI를 전파한다고 하면서 국가의 방역 책임은 회피하는 반면, 가금농가에게는 책임을 묻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정부의 ‘AI·구제역 방역 개선대책’도마찬가지다. 이 대책은 밀집지역 사육 제한, 3회 발생 농가 허가 취소(삼진아웃), 정책자금 지원 배제, 살처분 보상금 감액 등이 골자다. 그동안 가금농가들이 요구해온 방역 컨트롤타워 신설, 휴업보상, 살처분 비용 국가 부담, 삼진아웃제 철회 등은 빠지고, 농가에 대한 규제와 책임을 묻는 내용 일변도다. 

AI 방역에서 국가의 책임은 무겁다. AI가 국내에 발생한 지 15년이 넘었는데도, 매번 철새가 원인이고, 책임은 농가에게 있다는 식의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농가는 AI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철새가 원인이라면 왜 농가가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가? 정부의 대책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 살처분 보상금과 매몰비용은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농가에 대한 피해보상도 현실화해야 한다. 

방역은 정부, 지자체, 농가의 유기적 협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서라도 농가와 지자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방역대책을 새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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