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무안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청양고추 선별장에서 박위규 조합장이 조속한 청양고추 2차 산지폐기와 방법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벚꽃 만발한 봄이 왔지만, 청양고추 농가의 마음은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입니다. 소비 위축과 생산량 증가로 최악의 가격폭락사태를 겪고 있는 청양고추 농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춧대를 제거하는 방식의 과감하고 조속한 2차 산지폐기가 절실합니다.”

가격 바닥…생산비도 못미쳐
140톤 산지폐기 미봉책 그쳐
청양고추생산자협의체 필요


지난 4일 밀양시 무안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만난 박위규 무안농협 조합장은 이와 같이 호소했다.

무안농협은 500여농가가 약50만평의 비닐하우스에서 11월부터 익년 6월말까지 생산하는 청양고추를 거의 100% 계통출하로 판매하는 경제사업 중심의 지역농협이다. 청양고추 물량의 50%는 APC에 직접 가져와 공동선별로 출하한다. 작년 9000톤으로 약500억원, 재작년 8000톤으로 약600억원의 청양고추 판매고를 올렸다. ‘맛나향고추’ 브랜드로 명성도 쌓았다. 그러나 올해는 4월 15일 ‘밀양무안 맛나향고추축제’를 앞두고 분위기가 무겁기 그지없다.

무안농협에 따르면 청양고추 특품 10kg 한 상자의 산지 평균시세는 4월 3일 1만9000원, 4일 2만2000원으로 아직도 2만원 안팎을 오가며 생산비 이하의 바닥을 치고 있다. 전년 동기 시세 4만6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청양고추는 4월부터 성출하기로 접어든다. 생산량도 많고 소비량도 많아지는 시기다. 통상적으로 그동안 청양고추 농가들은 겨우내 막대한 난방비를 들여가며 3월까지 생산한 고추로 농자재대금을 충당하고, 4월 이후 수확한 고추로 실질적인 농가소득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평균 시세가 2월 3만원대(작년 11만원대), 3월 2만원대(작년 6만원대)로 크게 폭락했다. 4월 시세가 매우 중요한데, 아직도 2만원 안팎이다. 이에 350평 비닐하우스 1동당 1000만원 이상의 적자가 우려된다는 탄식이 파다하다.

동절기 시설 청양고추는 밀양시 무안면, 진주시 금산면, 창원시 대산면을 주축으로 경남에서 전국 생산량의 90%가 생산된다. 지난달 이 지역 140톤의 청양고추에 대해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지원을 받아 최초의 산지폐기가 단행됐다. 무안농협도 3월 15일부터 21일까지 45톤을 폐기했다. 10kg 박스에 담아오면 고추는 수거하고 박스는 되돌려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다. 2만원 정도였던 시세가 1차 산지폐기로 3만원언저리까지 잠시 반짝 오르나 싶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2만원 안팎으로 되돌아갔다. 고추를 따낸 고춧대에서는 약10일 후 다시 고추 수확이 재개되기에 물량이 다시 쏟아져 나오자 산지폐기 효과는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이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박 조합장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청양고추 농가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4월 15일 안으로 조속한 2차 산지폐기가 이뤄져야 할뿐더러, 폐기 방식도 고추를 모아서 폐기할 것이 아니라 아예 고춧대를 뽑아버리는 것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올해와 같은 가격폭락사태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산물량을 조절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 대응해나갈 수 있는 강력한 청양고추생산자협의체를 이번에는 반드시 결성해서 자조금 조성 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양고추 가격폭락의 원인은 경기침체 및 김영란법시행 등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라는 외부충격이 절대적이지만, 생산면적 및 단수 증가도 맞물렸다”면서 “농민들도 수량성과 품위는 좋지만 청양고추 본연의 매운 맛이 떨어지는 품종 식재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무안농협은 생산과잉을 부추기며 논란을 빚은 청양고추 신품종 ‘신록52’호의 ‘맛나향’ 브랜드 사용을 배제하기로 했다”면서 “최근 품평회에서 검증받은 ‘중앙’, ‘신홍’, ‘PM신강’ 3개 품종으로 청양고추 맛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인식시켜 소비를 되살려내겠다”고 전했다.

밀양=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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