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방송(SBS)이 전국에 채식열풍을 불러일으킨 특집 다큐멘터리 ‘잘먹고 잘사는 법’의 재방송 계획을 연기했다는 소식이다. 당초 이 다큐멘터리는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설 연휴기간인 오는 2월11일∼13일 재방송될 예정이었지만 축산농가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바람에 재방 여부를 놓고 고심하다 이같이 결정됐다. SBS의 이번 결정은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서구식으로 편중된 음식문화를 개선해 균형 있는 식단을 조성하기위해 제작했다는 이번 프로는 농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유기농산물과 잡곡류 등 친환경농산물은 품귀현상을 보일 정도로 큰 인기를 얻어 농협 하나로클럽, 대형할인점, 백화점 등의 친환경농산물 판매코너가 유례 없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물론 긍정적 효과다. 하지만 소비자의 육류구매 기피현상을 몰고 오면서 소, 돼지가격의 하락을 초래,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등 부정적 측면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음식과 건강 관련 방송프로는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고 그 파장 또한 큰 만큼 보다 신중하게 접근, 보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90년대 이상구 박사의 건강관련 프로그램도 육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기피 현상을 빚으면서 축산농가들이 심한 불황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번 SBS의 프로는 그 때만큼 파장은 크지 않았지만 만약 재방송을 할 경우 이상구 박사의 신드롬 보다 더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번 프로의 문제는 우선 육류를 먹어서는 안되는 환자들만 열거해 놓고, 마치 육류가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식품처럼 왜곡 보도했다는 점이다. 또 동물성 식품 섭취를 피하고, 채식위주의 식생활만이 잘먹고 잘사는 것인양 편협된 내용으로 구성돼 소비자들이 축산물 구입 기피현상을 초래했다. 특히 미국이나 호주처럼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단백질, 지방을 과잉 섭취했을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나치게 부각시킨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우유가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라는 사실은 의학적 검증을 거친 상식 수준의 내용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미국인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그대로 인용,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이런 내용의 다큐멘터리의 재방영 계획이 철회된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들에겐 다행이다. 앞으로 국내 농축산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강관련 프로그램은 방송보도의 위력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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