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장관 자문기구인 제 14기 양곡유통위원회가 내년도 추곡수매가를 사상 처음으로 4~5% 인하하는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쌀 수급여건과 2004년 WTO 쌀 재협상에 대비, 추곡수매가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게 양곡유통위의 설명이다. 다만 양곡유통위는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소득보전 정책을 적극 도입할 것을 건의했다. 양곡유통위의 이번 건의내용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전국 곳곳에서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내년 추곡수매가를 지금보다 더 내리겠다는 소식을 접한 농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21일 한농연 주최로 열린 100만 농민 총궐기대회에서도 양곡유통위의 반농업적 작태를 규탄, 대정부 건의안 전면 철회와 양곡유통위 해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양곡유통위가 그동안 농민들의 여론을 수렴, 미흡하나마 수매가격을 인상하는 데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도 양곡유통위는 농촌현장 방문과 4차례 전체회의, 2차례의 소위원회를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결과는 쌀값 보장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절규를 철저하게 외면한 것이다. 우리는 14기 양곡유통위원회가 구성돼, 출발할 때부터 이미 문제를 제기했었다. 농민대표는 4명에 불과하고 다수가 소비자대표, 경제학자, 유통업자 등으로 이뤄져 농민들에게 불리한 결정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더 큰 문제는 비민주적 운영에 있다. 수매가를 3% 인상과 복수안을 채택하자는 농민대표의 의견을 묵살하고 단독으로 표결한 것 등이 한 예다. ‘이런 양곡유통위는 농림부 장관 자문기구가 아닌 농업해체 기구와 다를 바 없다’며 양곡유통위의 해체를 촉구하는 농민들의 요구는 당연하다. 다행히 당·정은 이번 양곡유통위의 추곡수매가 인하 건의와 관련 내년 추곡수매가가 올해보다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만일 뉴라운드 협상과 관련해 불가피하게 추곡가를 인하하더라도 농가소득을 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이번 만큼은 여야가 인식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양곡유통위의 건의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 농민들의 정서와 쌀 생산기반 유지를 고려해 생산비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추곡수매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아울러 올해 논농업직불제 지원 단가를 1ha 당 50만~60만원으로 꼭 인상, 농가소득을 보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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