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단국대학교)

3월 10일.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불행한 사태이지만, 어쨌거나 이제 대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어야만 하는 시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겠지만, 우리 농업분야에서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와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낡은 인식·이론의 타파가 핵심 

다양한 측면에서 기존 정책의 공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방향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낡은 관점과 이론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관점과 이론을 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 관련해서 1930년대 세계대공황의 마침표를 찍는 새로운 거시경제이론을 제시하여 세계적으로 한 차원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기여했던 케인즈(J.M. Keynes)의 주장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자신은 어떤 지적(知的)인 영향으로부터도 완전히 해방되어 있다고 믿는 실무가(實務家)들도, 이미 고인(故人)이 된 어떤 경제학자의 노예인 것이 보통이다. 허공(虛空)에서 소리를 듣는다는 권좌(權座)에 앉아 있는 미치광이들도 그들의 미친 생각을 수년 전의 어떤 학구적(學究的)인 잡문(雜文)으로부터 빼내고 있는 것이다...(중략)...공무원이나 정치가, 그리고 심지어 선동가(煽動家)들까지도 일상사태에 적용하는 관념(觀念)에는 최신의 것은 별로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중략)...빠르든 늦든, 선(善)에 대해서든 악(惡)에 대해서든, 위험한 것은 사상이지 기득권익(旣得權益)이 아니다.” (케인즈 「일반이론」 24장 5절 결론, 조순 역)

농정혁신, 이론의 학습서 나와

케인즈가 의미하고 했던 것은 아마도 본인이 주장하는 새로운 경제이론이 기존 주류경제학파 이론에 젖어있는 행정가, 정치가, 연구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것임과 동시에 새로운 정책적인 개혁은 어떤 창의적인 사람들의 번득이는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론과 사상의 지속적인 학습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농업분야 중앙부처 명칭에서 ‘농업’이라는 단어를 제외시킨 영국의 환경식품농촌부(DEFRA)의 개혁과정을 보면, 새로운 부처와 정책을 도입하면서 그 이유와 논리적인 근거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고, 이에 대해서 담당 공무원과 실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확산하는 노력을 해 왔음을 볼 수 있다. 공무원은 전문 행정가이고 실무자들은 현장 농업과 농촌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학계에서나 논의되는 고리타분한 이론과 개념은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다고 혹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매우 시대착오적인 행태이다. 이것은 소위 근대화와 배고픔의 탈출이 지상최고의 과제라고 생각했던 60~70년대에나 적용할 수 있었던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을 2010년대의 정책에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도, 사회도, 그리고 농업도 갈피를 못 잡고 혼돈에 빠지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정관념 탈피 자성과 혁신 필요

신정부에서 제대로 된 농정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갖추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연구자들이 현재 우리 농업에 필요한 이론과 사상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이를 다양한 농업 및 농촌관련 주체들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들도 또한 갖고 있는 기존 이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이론을 수용하기 위한 건설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공무원, 현장 활동가 그리고 정치가들이 새로운 이론과 인식을 받아들여서 이를 정책의 형성, 집행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자신들의 활동과 인식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무엇을 지금까지 잘못해왔는지를 이해해야 새로운 정책을 제대로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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