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 설립이 1만 개를 넘어섰다.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공통의 목적을 가진 5인 이상의 사람이 모이면 금융과 보험을 제외한 모든 사업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4년이 지난 2017년 3월 7일 현재 10,934개가 설립됐다.

이 중 일반협동조합은 53개 연합회를 포함하여 10,238개이고, 사회적협동조합은 연합회 5개를 포함해 638개로 6% 정도이다. 국내 경제가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이때에 1만개를 넘어선 협동조합에 대하여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본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 소상공인, 소규모 생산자 등이 출자해 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운영하는 조직이다.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 생산, 판매 등을 함께하는 조직으로, 일반 영리법인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4년 ICA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에는 현재 260만 개소의 협동조합이 있고 조합원 수도 10억 명이 넘는다. 협동조합이 잘 발달되어 있는 스웨덴, 스위스에서는 협동조합이 GNP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사회적 서비스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협동조합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협동조합은 비교적 잘 운영되어 왔고, 근래에는 선진국의 경우 신자유주의 실패에 대한 교정수단으로 협동조합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에서는 사회경제적 변화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에도 풀어야할 과제가 있다. 협동조합 학자인 레이들로 박사는 현재 협동조합에 3가지 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가 신뢰의 위기이고 , 둘째는 경영의 위기이며, 셋째는 이념의 위기를 지적하면서 그 중심에는 이념의 위기를 가장 큰 위기로 생각하고 있다. 경영의 위기와 신뢰의 위기 기저에는 이념의 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도 협동조합 이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협동조합은 두레와 향약, 계 등 전통적 조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협동조합 이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보통의 인간이 경쟁이나 도피가 아니라 협동에 의해서 보다 나은 인간의 삶과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생각을 말한다. 또한 협동조합의 최고의 가치는 인간 존중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협동을 통하여 인격적 평등 및 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상부상조, 자주, 자조, 자립의 이념에 있다.

성공하는 협동조합은 기본 원칙에도 충실하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제시한 가입 자유의 원칙, 민주적 절차, 자치와 독립, 경제적 참여, 교육·홍보, 협동조합 간 협력,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 7대 원칙을 늘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해야 한다. 이름만 협동조합으로 바꿔 달거나 이상으로 꿈만 꾸어서도 안 되며 조합원과 직원, 그리고 사업 현장에서 기본원칙이 실천돼야 본래 협동조합의 모습이다.

아울러 협동조합도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 활성화가 우선이다.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영리 기업과 경쟁하여 살아남아야 한다. 인적단체인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참여와 이용이 기본이다. 그래서 협동조합에는‘교육의 원칙’이 있다. 규모가 작은 신생조합일수록 협동조합 기본 교육이 더 중요하다.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한 협동조합 수가 1만을 넘어선 이때가 협동조합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기본이념 교육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안종진/농협청주교육원 교수·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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