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보장대책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농협 및 민간RPC의 쌀 매입 기피로 정부가 두 차례의 걸쳐 내놓은 쌀 종합대책이 실효를 얻지 못하고 쌀값이 계속 하락, 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농협중앙회가 각 시군 단위농협에 ‘2001년산 벼 회원농협 자체매입 관련 긴급지시 공문’을 통해 쌀 시가매입을 종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농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한농연 중앙임원과 도 연합회 회장단이 12일 농협중앙회 회의실에서 정부와 농협의 쌀값보장대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다. 한농연의 요구사항 중 가장 큰 핵심은 농협 시가수매 400만석을 최소 5만7760원(정부 수매가 2등급 수준)에 반드시 책임지고 수매하라는 것이다. 이는 올해 작황이 좋아 대부분의 쌀이 1등급 수준임을 감안할때 지난해 정부 수매가 1등급 수준인 5만8120원도 못미치는 최소한의 요구다. 그러나 이번 한농연의 쌀값 투쟁과정에서 농협중앙회가 보여준 행태는 실망스러움을 넘어 농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쌀값 안정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농협중앙회가 농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은 쌀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한농연과 농림부장관을 언제라도 만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농연대표단이 요구한 김동태 농림부장관과 정 회장과의 면담을 외면했다. 결국 정회장의 이런 행태는 농민들의 분노만 더욱 자극하는 꼴이 됐다. 농협중앙회는 ‘쌀 대책은 정부와 국회가 수립해야 한다’며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언론과 소비자단체, 농민단체 등 각계 수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농민들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정부, 농민단체들과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책을 논의해도 어려운 상황에서 농협중앙회가 뒷짐만 지고 있다면 농협은 더이상 협동조합으로서의 존재 의미가 없다. 현재 한농연은 ‘농협이 쌀값 보장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농협중앙회 및 도·시·군지부를 동시다발로 마비시키는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제라도 농협중앙회는 농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성의있는 쌀 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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