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하락이 심상치 않다. 인건비도 안 나와 수확조차 포기한다. 농민들의 얼굴에는 수확의 기쁨 대신 수심이 가득하다. 청양·꽈리고추, 깻잎, 애호박 등 과채·엽채류 재배농가들의 이야기다. 설 이후 재고물량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 사과, 배 등 과수에 이어 일반채소류까지 확산되는 모양세다. 이는 그동안 특별한 기상재해가 없었고, 예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작황이 양호했기 때문이다. 올 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1.6℃로 평년보다 1℃ 높았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재배면적 증가도 한몫을 했다. 이렇다보니 3월 1일부터 8일까지 7일간 가락시장에 출하된 과채류 물량이 7866톤에 달한다. 지난 5년간 최고치다. 일반 채소류 반입량도 3만4316톤으로, 이 역시 마찬가지다. 출하량이 늘다보니 당연히 가격은 하락세다. 청양고추의 경우 10kg 한상자당 2만원대로 예년의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난방비는 고사하고 인건비도 주기 어렵다고 한다. 애호박도 8kg 한 상자에 1만5000원으로, 전년대비 5000원가량 낮아졌다. 일반 채소류 가락시장 가격표준지수도 3월 7일 이후 평년시세 100p를 밑돈다.    

큰 문제는 앞으로의 가격전망이 더 어둡다는 것이다. 경기침체, 청탁금지법, 가축질병 여파 등으로 소비력이 예년보다 낮기 때문이다. 더욱이 칠레산 포도가 지난해보다  3주 정도 빨리 국내시장에 출하되는 등 수입산 공세도 거세다. 농경연이 3월 관측에서 일반토마토, 방울토마토, 청양계 풋고추, 애호박 등 대다수 일반채소류값 하락을 전망한 것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농민들이 심한 좌절과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농산물값이 조금만 올라도 물가안정을 이유로 대책을 줄곧 마련했듯이 값폭락에 대한 대책 역시 세우는 것이 기본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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