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6.9% 늘어난 112조5800억원으로 편성된 가운데 이중 농림부문 예산은 8조1002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7조7223억원보다 4.2% 증액된 예산이지만 이번 농림부문 예산편성을 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도 논농업직불제와 농작물재해보험 등 농업분야 주요 핵심사업 예산이 농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그동안 올해 농업·농촌·농민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에 역점을 두겠다며 직불제 관련 예산 확대 방침을 밝히고 예산당국과 협의해 왔다. 한농연 등 농민단체들도 예산당국이 농촌·농민의 정서를 인식, 농림부가 요구한대로 예산을 편성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논농업직불제 관련예산은 ha당 진흥지역은 35만원, 비진흥지역 25만원으로 올해 20만~25만원보다 인상됐지만 당초 요구한 전체 예산보다는 크게 삭감됐다. 논농업직불제의 경우 ha당 50만원을 기준으로 5259억원을 신청했으나 50% 수준인 2700억원만 반영된 것이다. 농림부가 최근 쌀 산업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직불제를 중심으로 소득 및 경영안정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지만 이런 예산편성으로 볼 때 과연 이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확기를 앞둔 쌀 생산농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예산당국은 당초 농림부의 요구 금액을 받아들였어야 했다. 밭농업직불제도도 ha당 50만원 수준으로 816억원을 신청했으나 경사도 조사 등 구체적인 시행방안 마련을 위한 조사 용역비 15억원만 책정됐다. 결국 내년에 시범적으로 도입, 실시하기로 했던 밭농업직불제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밭직불제 도입을 위해 농림부에 힘을 실어 주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농작물재해보험 예산도 당초 249억원을 요구했으나 75억원만 반영됐다.내년도 농림부문 예산이 올해보다 소폭 증액됐더라도 이처럼 직불제 관련 예산을 요구보다 대폭 삭감, 농민들은 농업·농촌회생에 대한 정부 의지를 다시 한 번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농민들은 WTO 체제하의 무차별적인 농산물 수입 확대라는 절망적 농촌현실을 감안, 강력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바라고 있다. 세계각국도 자국의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직불제 관련 정책을 개발, 추진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정부는 이런 추세를 정확히 인식하고, 특히 앞으로 예산심의를 담당할 국회는 농촌·농민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가 따로 없다는 생각으로 예산심의에 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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