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의 원칙 삭제’ 논의하면서 농업계 인사 배치 없어
농민단체 반발 불구 여론 수렴 외면…농업 홀대 심화 우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개헌과정에서 농업계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헌특위가 농업계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의견조회가 ‘경자유전의 원칙 삭제’인데다, 여전히 개헌특위 자문위원에 농업계 인사를 배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특위가 올해 1월 5일부터 전체회의와 소위원회를 열며, 헌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헌특위가 농민단체들에게 헌법 제121조 1항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는 조문에 대한 의견조회를 실시하면서 농민단체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개헌특위는 ‘농촌인구 감소 등 시대상황적 변화를 반영해 경자유전의 원칙을 삭제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고, 농민단체들은 일제히 ‘반대’ 의견을 전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삭제된다면, 농업인의 핵심 생산수단이자 중요 자산이어야 할 농지가 비농업인과 대기업의 손쉬운 부동산 투기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농업인들은 농지확보를 위한 무한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경자유전의 원칙은 농업생산력 향상 뿐만 아니라 국토환경 보전, 7000만 민족의 식량주권 수호, 농업의 다원적 가치 보전·계승을 지향하는 우리 헌법의 핵심가치로서 오히려 유지·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연 단국대 교수도 “경자유전의 원칙이 사문화된 것이 아니라 역대 정부가 이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며 “경자유전의 원칙은 단순히 농지를 농산물 생산목적으로 보전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 국토의 경관과 다원적 가치를 보전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농업계가 비판하고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 삭제와 관련된 발언은 이미 한달 전부터 있었다. 그 시작이 1월 23일에 있었던 ‘헌법개정(기본권 등)에 관한 공청회’였는데, 이상돈 국민의당(비례) 의원은 “지금 지방의 인구가 공동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과연 경자유전의 원칙을 헌법에다가 이렇게까지 둘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했고, 이덕연 연세대학교 교수도 “경자유전원칙과 소작제도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제121조 1항에 대해서는 거의 폐지론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개헌특위에서 이 같은 ‘경자유전의 원칙’ 삭제에 대해 반박 논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헌특위원 36명 중 강창일 더불어민주당(제주 제주갑) 의원이 “헌법 제121조 1항은 식량이 무기화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유일했다.

더 큰 문제는 개헌특위가 자문위원(53명)에 농업계 인사를 추가 배치하거나 농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계획이 여전히 없다는 것. 향후 개헌과정에서 ‘농업 홀대론’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농연은 “개헌특위 자문위원에 농업계의 의견을 전달할 전문가가 단 한명도 선정되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농연은 “식량안보는 곧 국가 경쟁력이며, 국가는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농업을 사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한농연은 농업계 자문위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농업계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헌특위에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해 나갈 것”이라고 제시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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