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제주산 월동채소만 평년시세 유지 ‘대부분 바닥세’
개학 맞아 식자재 수요 증가 기대 속 효과 미미 전망도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채소 시세가 봄바람과 함께 기지개를 켤 수 있을까, 일단 소폭의 반등이 시작된 가운데 그 폭을 두고 시장에서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올 겨울 채소 시세는 상당히 얼어붙었다. 일부 제주산 월동채소의 경우 작황 악화로 평년 이상의 시세를 형성했지만 그 이외 대부분의 채소류는 소비 침체 속에 약세가 이어졌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co.kr)에 따르면 올 겨울 시세 면에서 최악의 채소 품목이 많았다. 주요 과채 품목인 오이(다다기) 도매가격의 경우 올 2월 한 달간(27일 기준) 10kg 평균 단가가 3만556원에 그쳤다. 지난해 2월 시세는 4만2611원, 2015년 2월엔 4만2562원이었다. 기간을 2010년 이후로 넓혀도 오이를 비롯해 호박, 고추류 등 주요 채소류의 올 2월 시세가 2010년 이후 최하점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으로 좁히면 상추, 깻잎, 시금치 등 올 2월 시세가 가장 낮았던 채소 품목은 더욱 늘어난다.

올 겨울, 채소 시세가 낮게 형성된 것은 무엇보다 낮은 소비력에 기인한다. 어수선한 시국에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외식수요 감소, 구제역 및 AI 여파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중도매인 판매력 감소 등 매기가 가라앉아있었다. 여기에 올 겨울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이어져 출하량이 늘어난 품목도 많아 생산량은 늘고 소비력은 줄어드는 두 가지 악재에 시달렸다. 

한흥기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부장은 “한파주의보가 몇 번 내려졌지만 전체적인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이에 양이 늘어난 반면 소비는 되지 않아 전반적으로 시세가 약세인 채소 품목이 많았다”고 올 겨울 채소 시장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3월 들어 대다수의 학교가 개학을 하며 채소 소비의 주요 축을 차지하는 식자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가락시장에서 2월 넷째 주(20~25일)에 97~98p를 오가던 채소 표준지수는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 주간으로 들어선 2월 마지막 주 첫 시작일인 27일 103.57p까지 올라섰다. 아무래도 3월 2일 개학과 입학식을 앞두고 식자재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개학을 중심으로 한 채소류의 봄 시장 전망에 대해선 엇갈리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추정하는 이들도 많다.

도매시장의 한 관계자는 “개학 주간에 들어서 침체됐던 여러 품목의 시세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일단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며 “3월 야외 행사가 늘어나면 개학과 맞물려 좀 더 시세가 반등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 채소류 물량은 물론 경쟁 품목인 나물류 물량도 많다. 여기에 탄핵 정국에 대선정국까지 이어지고, 청탁금지법 영향도 지속되면 아무리 개학이 돼도 소비 반등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특히 매기가 없을 경우 저품위 물량은 매기를 더 떨어뜨릴 수 있어 고품위 위주 출하가 전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