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끝내지 말아달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 의원이 주최한 ‘청탁금지법, 올바른 정착을 위한 정책제언’ 포럼에서 농민단체장들은 이같이 하소연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또다시 ‘허공 속에 메아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농민단체들은 국회에서 열린 숱한 토론회·공청회에서 청탁금지법을 고쳐줄 것을 촉구했다. 아직까지 농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결과물은 없는 상태. 그래서 농민단체장들이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반드시 농축수산물을 청탁금지법 적용품목에서 배제하는 등 ‘청탁금지법 개정’을 현실화 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위성곤 의원 주최 '청탁금지법 정착 정책제언' 포럼
법 시행 이후 국산 농축수산물 설 선물 판매액 25% 뚝
"농산물, 금액이 아닌 품질로 인정을…법 현실화 절실" 


▲청탁금지법, 농축수산물 소비위축 초래=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업 및 외식업 파급영향’에서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경제성장이 둔화됐고, 그 중에서도 농림어업부문의 생산성이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2016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대비 2.6%였지만,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4/4분기는 2.3%로 줄었고, 2016년 4/4분기의 농림어업 GDP 증가율은 3/4분기의 -4.6%보다 낮은 -4.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 명절로 그 기간을 단축하면, 농축수산물의 소비위축은 더욱 심각한 수준. 농경연이 설 명절 전 4주간 백화점 3개사(신세계·롯데·현대)와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을 대상으로 ‘설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판매실적’을 조사한 결과 올해 설 농축수산식품 선물세트 판매액은 전년 설 대비 14.4% 줄었고, 이 가운데 국내산 선물세트 판매액은 전년보다 25.8%나 줄었다. 이용선 연구위원은 “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2017년 설 선물세트 판매감소율을 적용해 품목별 연간 생산감소액을 추정해봤을 때 한우는 2286억원, 과일은 1074억원, 화훼는 390~438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 개정하라=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수입육쪽에서는 선물 가액기준을 4~5만원만 더 높여주면 수입육으로도 훨씬 멋지게 선물세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한우의 경우 10만원으로 올려도 겨우 선물세트를 만드는 수준밖에 안된다”며 “농산물을 품질로 인정을 해 줘야지 금액으로 분류하는가”라고 따졌다. 김 회장은 “청탁금지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도 “뇌물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건네는 것’으로 정의하는데, 꽃이 뇌물이 될 수 있는가”라며 “국민의 여론에 떠밀려서 무책임하게 넘어간 국회와 정부가 책임지고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청탁금지법 적용품목에서 농축수산물을 빼라고 하는데,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되는지를 법에서 정해야 하고, 이것이 청탁금지법 개정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라는 주장과 함께 현행법에서 ‘내가 하는 것이 위법인가’가 명확치 않다는 점과 현행법상 신고포상금제가 헌법에서 보장한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관련법 개정이유로 내놨다. 전 교수는 “청탁금지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이라고 판결할 때 법치주의가 위협받긴 하다고 보면서도 당시 여론조사에서 72%가 찬성하는 쪽으로 나왔다는 점이 인용됐다”며 “개정의 여지는 여전히 여론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 "3·5·10만원 상향부터"

▲정부, 허용가액기준 조정 먼저=정부는 ‘청탁금지법 개정’보다는 ‘허용가액기준 상향’에 무게를 뒀다. 허용가액기준 3만원·5만원·10만원(음식물·선물·경조사비)을 상향조정해 현실화하겠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 입장. 더불어, 김종구 유통정책과장은 “단기적으로 소비촉진대책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론 품목별로 관련대책을 마련할 생각”이라며 “3월까지 보완대책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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