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농협이 출범한 지 1년을 맞이했다. 농협과 축협, 인삼협 등 3개 협동조합중앙회가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빚어졌던 극심한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이제 출범 한 돌을 맞는 통합농협은 새로운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통합농협은 지난 1년간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자체 평가한다. 농업인과 일선조합에 대한 지원이 많이 강화됐고, 중앙회 사업과 기능을 경량화하는 한편, 일선조합은 전문화·규모화를 통해 경영 안정성과 유통사업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통합농협이 스스로 내린 이러한 평가를 일선 농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한마디로 농민들은 ‘통합에는 성공했으나 개혁엔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의 개혁 내용은 농민들이 소외되는 개혁, 농협법 취지와 맞지 않는 개혁이라는 것이다. 통합농협은 일선조합보다 중앙회 이익 중심의 협동조합 개혁을 추진해 일선 농민 조합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중앙회가 품목조합들의 연합회 설립을 반대한다든가, 일선조합과 경합중인 시·군지부를 그대로 두고 경제사업기능과 연합회 기능을 보강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통합농협은 당초 계획인 슬림화나 전문화보다 비대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물론 농협은 통합 후 본부 부서 16개를 비롯해 지역본부 10개소와 금융점포 62개소, 사업장 34개를 폐쇄했으며, 2996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급직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 2급 이상 인원은 오히려 느는 등 저효율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용사업 부문에서는 통합 당시 56조9000억원이던 총 수신규모가 지난 5월말 현재 70조5000억원을 기록, 통합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신용사업인지’ 아직 조합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농업자본수익률을 웃도는 대출 금리와 정책자금, 공공예금 유치로 손쉬운 수수료 장사에만 열을 올리다보니 농민조합원들에게 은행사업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농가 소득 보장 기능을 못하는 경제사업, 농협운 영의 형식화, 농협의 반농민적 운영사례 등 아직도 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농연 등 농민단체들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협동조합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농민이 중심이 되고 농촌이 바탕인 가운데 협동조합 개혁의 방향과 주체를 다시 설정,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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