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특위 소통창구 만들고 농업계 의견 수렴토록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야

‘헌법에 농업·농촌의 가치를 담자’는 농업계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부정적이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1월 5일부터 활동해오고 있지만, 단 한번도 농업·농촌이 화두에 오른 적이 없다. 더구나, 개헌을 위해 개헌특위가 선정한 자문위원에도 농업계 인사는 빠져있어 향후 개헌과정에서 농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따라서 농업계가 헌법에 농업·농촌의 가치를 새기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개헌과정에 농(農)이 없다=개헌특위는 2월 1일 자문위원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총 53명의 자문위원을 선정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제17대 국회 상반기)과 김형오 전 국회의장(18대 전반기), 김선욱 전 법제처장 등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53명의 자문위원 중 농업계 전문가는 없다. 개헌특위에서 농업계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작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개헌특위에서 농업·농촌 관련 얘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제주 제주갑) 의원이 3일 개헌특위가 ‘시민단체 헌법개정의견 청취’를 위해 연 전체회의에서 “지금은 평화시대이지만 언제 식량이 무기화될 수 있을지 모른다”며 “이것 때문에 선진국도 농업에 대한 최소한 보호조치를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을 염두해두면서 농업문제를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강 의원의 발언이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의 발표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이다. 이경상 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과거와 달리 농업인구도 많이 줄었고, GDP도 많이 줄었는데, 너무 농업을 절대시하고 있는 것 같아 시대를 반영해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작 이날 농업계의 발제는 없었다. 당연히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헌법 123조에 ‘보호·육성’해야 할 산업으로 농어업과 중소기업을 명시했는데, 중소기업만 의견청취 대상에 포함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따졌다.

▲농업계, ‘개헌’ 공론화해야=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권력의 요구에 의한 개헌은 모두 실패했다”며 “이번 개헌은 국민과 함께 하는 ‘상향식 개헌’이 돼야 하다”고 강조했다. 개헌특위에 농업계 자문위원도 없고, 의견청취 대상에서도 빠져 있는 상황에서, 헌법에 농업·농촌의 가치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농업계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농업계 중심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농업계가 구체적으로 개헌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미 농업계에서는 헌법 121조와 123조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 또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헌법에 관련 내용을 넣어야 한다는 점 등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 때문에 농업계가 주축으로 소통창구를 만들고, 농업계의 의견을 수렴, 이를 공론화함으로써 개헌특위가 개헌과정에서 농업·농촌 관련 조항을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헌특위 관계자는 ‘FTA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예로 들면서 “농민단체에서 FTA를 통해 이익을 얻은 기업들이 손해를 본 농어업에 일정액을 지원해야 한다는 무역이득공유제를 수년간 주장해왔는데, 이 같은 요구가 계속되고 공론화되자 처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국회에서도 농업계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결국 의미는 다소 다르긴 하지만 농어촌상생기금을 도입하는 성과를 얻었다”면서 “이처럼 개헌에 농업·농촌 관련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면, 더욱이 개헌특위에서 자문을 할 수 없는 농업계라면, 지금은 농업계가 한 목소리를 만드는 단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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