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마늘 분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중국측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마늘 농가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중국산 마늘 미 수입분 1만톤을 6월말까지 추가로 사들이기로 결정하고, 최근 주중대사를 통해 이 방침을 중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수입방법과 가격에 대한 협상은 외교채널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1백억원 가량의 수입대금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만일 이런 방침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중국의 부당한 통상압력에 단호히 대처하라는 4백50만 농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중국 또는 재벌들의 압력에 결국 무릎을 꿇을 것이다. 중국측의 요구는 지난해 타결된 한·중 마늘협상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힘으로 밀어붙여 자국 마늘을 수출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는 것이다.중국이 요구하는 냉동 초산마늘의 수입은 의무 도입량이 아니므로 민간이 쿼터를 소진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는 약속위반이 아니다. 우리는 이런 의미에서 마늘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통상장관회담에 참석하는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이 국가의 체통과 자존심을 지켜 단호히 대처해주길 촉구한다.중국산 마늘 수입으로 인한 피해는 단지 마늘 한 품목의 생산기반 붕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가들의 작목 전환으로 인한 피해가 일파만파로 확대될 수 있다. 요즘 양파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산 마늘 수입급증으로 마늘값이 폭락함에 따라 마늘농가들이 양파로 전환, 30%의 생산과잉을 초래한 것이다. 현재 정부 마늘 재고량은 신선마늘 1만톤과 건조마늘 3천톤 등 1만3천톤 가량 남아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마늘이 무차별 수입될 경우 수확기를 앞둔 마늘 농가들에겐 치명타를 줄 수 있고 이들의 작목 전환으로 다른 농가까지 연쇄적인 과잉생산과 가격폭락의 도미노가 재연될 게 뻔하다. 우리의 협상 대표자들은 바로 이러한 농촌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당당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중국과 국내 재벌들의 압력 때문에 ‘소탐대실’ 운운하면서 중국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마늘수입 이행방안 결론을 낸다면 사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번 마늘 분쟁은 향후 중국과의 통상현안을 처리함에 있어 중요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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