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월대보름을 나흘 앞둔 지난 7일 서울의 한 유통매장 대보름 기획전에서 한 소비자가 견과류를 살펴보고 있다.

땅콩·호두 등 국산 견과류 전통 부럼 침체 반면
아몬드·피스타치오 등 낯선 수입산 견과류 활개
그나마 명맥잇는 땅콩값 뚝·나물류도 시세 하락 


예로부터 설·추석과 더불어 3대 민족 고유 명절인 정월 대보름 시장이 수입산으로 잠식되고 있다.

2월 11일(음력 1월15일)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주요 유통업계의 대보름 행사가 2월 둘째 주에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이 온·오프라인 시장을 둘러보니 그나마 국산 견과류는 땅콩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고 나머지는 수입산에 자리를 내줬다.

국산 땅콩도 시세가 평년 시세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농산물유통정보(www.kamis.co.kr)에 따르면 지난해 작황이 안 좋아 물량이 늘지 못했음에도 국산 땅콩의 도매가격은 2월 둘째 주 30kg 상품 평균 21만2500원에 그치고 있다. 평년 이맘때 시세는 27만1800원이었다. 더욱이 올해 음력이 빨라 대보름도 일찍 자리 잡아서 평년 이 시기는 정월 대보름 시즌도 아니었다.

이는 시장이 수입산 등으로 다변화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월대보름을 나흘 앞둔 지난 7일 둘러본 대보름 시장엔 미국산 호두 등 수입산이 넘쳐났다. 특히 예로부터 내려온 땅콩, 호두, 잣 등의 전통적인 부럼이 줄어들고 아몬드에서부터 피스타치오, 믹스넛, 캐슈넛 등 익숙하지 않은 견과류까지 대거 증가했다.
실제 롯데마트의 정월대보름 기간 견과류 매출 구성비를 보면 2011년 대보름 시장의 46.9%를 점유했던 땅콩은 2016년 27.1%로 크게 감소했고, 호두도 31.0%에서 28.8%로 줄어들었다. 반면 아몬드는 13.4%에서 19.4%, 믹스넛은 5.9%에서 10.1%, 피스타치오는 0.3%에서 6.2%로 급증하는 등 수입산 견과류가 시장 장악력을 넓히고 있다.

땅콩 주산지인 전북의 한 농협 관계자는 “황토배기에서 자란 고창땅콩 등 우리 지역 땅콩은 예로부터 인기가 많아 농가들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틈새 작목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엔 소비와 시세 모두 좋지 못해 농가들이 힘들어하고 재배 면적도 줄고 있다”며 “방송이나 언론에서 연일 견과류의 우수성을 홍보하면서도 정작 그 대상 품목은 수입산 견과류로 맞춰져 있어 국산 견과류 시장이 이대로 계속 위축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전체적인 대보름 시장의 침체도 가속화되고 있다. 견과류와 더불어 대보름 시장의 대표 부류인 나물류의 경우 대보름 영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보름 대표 나물류인 시금치의 경우 지난해 절반 수준의 시세가 도매시장에서 현재 형성돼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매년 대보름과 시기가 비슷하게 겹치는 밸런타인데이처럼 우리 고유 명절인 대보름 시즌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락시장의 한 채소 경매사는 “유통업계를 둘러보면 알겠지만 설 이후 유통가는 대보름보다는 밸런타인데이에 마케팅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대보름은 부럼을 깨고 달을 보며 한 해 소원을 비는 등 여러 흥행할 마케팅 거리도 많은 만큼 살려나갔으면 좋겠다. 이는 보통 설 이후 침체되는 농산물 소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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