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0 VS 44,140

농업이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이 일이 아니다. 공산품은 공장에서 판박이로 찍어내면 그만이다. 물론 저장과 보관도 용이하다. 그러나 농산물은 하늘이 내려준 결과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 즉 그만큼 위험성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얘기다. 

요즘 농민들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농산물을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장에 내 놓고 있는 실정이다. 쌀의 경우 더욱 심각성하다. 지난해 연속 풍작이라는 대기록 속에 쌀가격은 형편없이 폭락하고 말았다. 정부는 40kg 포대 기준 4만5000원을 우선 지급금으로 지급했으나 최종 매입가격이 4만4140원으로 최종 결정돼 차액 860원을 환수하겠다고 나섰다. 4만5000원VS 4만4140원. 여기에 변동직불금을 최대로 지급한다손 치더라도 쌀값 보전율이 95.7%에 불과해 쌀 재배농가들의 가슴은 이미 까맣게 타고 말았다.

그래도 우선지급금 차액을 환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원칙과 대책 없는 농정에 농민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이에 전남 한농연도 최근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부당함을 호소하고 이낙연 도지사에게 바로잡아 줄 것을 건의했다. 

환수금을 계산해 보면 농가당 평균 7만8000원 정도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리 크지 않은 액수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농민들 입장에서 이 조치가 상징하는 의미는 굉장히 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30년 전 수준으로 폭락한 쌀값에 시름이 큰데, 지급한 돈마저 환수한다고 하니 엄청난 정신적 박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농민들의 아픔은 농정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걸 바로 잡고 제대로 잘 살아보자고 하는 농민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던져 주지는 못할망정 희망마저 앗아가 버리는 몰인정한 처사는 정말 잘못된 것 같다. 

잘사는 농업, 농촌, 농업인을 만드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다. 농민들도 부족한 실력을 배양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농업선진국이 되는 데 앞장 설 작정이다. 그러니 정부는 농민들의 아픔을 짓밟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농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희망이 있는 농업·농촌 건설을 위해 다시 한 번 모두가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소탐대실하는 눈앞의 정책만을 고집하지 말고 멀리보고 농민과 함께하는 희망 농정을 펼쳐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정임수 한농연전남도연합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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