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AI 백신정책 포럼

▲ 한국가금수의사회는 지난 1일 서울 aT센터에서 ‘HPAI 백신정책 포럼’을 개최하고, 백신 투입과 관련 토론을 벌였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효과적인 차단·방역을 위해선 현재의 살처분과 함께 백신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반면 백신 사용 시 변이 바이러스 발생에 대한 우려와 사후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양립하고 있다.

전파속도 빨라져 방역 다양성 고려해야…살처분 보조수단으로 사용
변이 바이러스 발생 위험, 인력 부족·사후관리 어려워 아직 시기상조 


한국가금수의사회는 지난 1일 서울 aT센터에서 ‘HPAI 백신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은 발제를 통해 살처분과 백신정책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윤종웅 회장에 따르면 현재 방역 당국이 실시하고 있는 살처분 정책의 경우 확산을 신속하게 방지할 수 있다. 또 백신을 사용하지 않으면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는데 수월하고, 바이러스 종에 상관없이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살처분 정책의 경우 매몰 시 마리당 1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가금산업 기반이 매우 취약해 질 수 있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또 침출수로 인해 환경적인 문제도 발생한다는 것이 윤종웅 회장의 설명이다.

백신의 장점에 대해 윤 회장은 바이러스 배출량 감소로 인체 감염이 예방되고, 산업 생산 기반을 유지하며 희귀종 보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꼽았다. 또 마리당 백신 접종 비용이 200원밖에 소요되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백신정책을 사용했을 때에는 야외주와 구별이 어렵고, 개체접종을 실시하고 항체생성기간이 길다는 단점도 있다. 또 백신을 사용하게 되면 청정국 지위를 잃게 돼 해외 수출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국내 수의과대학 교수들과 방역 당국, 생산자단체가 참석해 백신정책 도입을 두고 뜨거운 찬반 논쟁을 벌였다. 또한 백신정책 도입 여부와 관련해 방역 당국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올 4월에 발표할 방역종합대책에서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손한모 농림축산검역본부 AI예방통제센터장은 “정부에서는 AI 발생패턴과 백신정책 장단점, 업계 의견을 수렴해 4월에 발표할 방역종합대책 개선안에 백신정책 사용 여부를 포함시키겠다”라고 말했다.

▲백신 정책, 보조 수단으로 도입해야=백신정책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살처분 정책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해 경제·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송창선 건국대학교 교수는 현재 국가 방역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고, 매년 철새의 이동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상황에서는 살처분 정책에 보조 수단으로 백신 정책을 도입하면 방역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창선 교수는 “현재 방역 당국이 살처분 정책만 펼치고 있는데 사실상 방역의 실패로 매년 질병 발생과 살처분이 반복될 것”이라며 “언제까지 백신 정책 도입을 두고 찬반 논란을 벌일 수 없고, 이제는 백신정책 도입으로 방역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도 이번 AI 전파 속도가 빨라 피해 규모가 커진 부분을 지적하고, 산업 기반 유지를 위해 백신정책을 보조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윤종웅 회장은 “과거 H5N8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전파속도가 느려 올해보다 피해규모가 크지 않았다”면서 “올해처럼 전파속도가 빨라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져 산업 기반이 흔들린 상황에서는 백신정책 도입으로 방역에 다양성을 더해 경제적 피해를 줄이고 산업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백신 정책, 사후관리 어려워 도입 신중해야=백신정책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백신접종을 하게 되면 변이 바이러스 발생과 사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모인필 충북대학교 교수는 고병원성 AI 유전자 형태가 변형되기 때문에 완벽한 백신을 만들기 어렵고,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밀집돼 있는 까닭에 전국 백신을 해야 하는데 인력 부족으로 관리가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다. 

모인필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작은 국토에서는 한 달이면 전국적으로 AI가 전파되기 때문에 백신도 전국적으로 실시해야 해야 하고, 또 인력도 부족한데 백신 접종 이후의 사후관리도 어려워 현실적으로 백신 정책 도입이 힘들다”라고 말했다.

AI 발생 원인부터 밝히고 난 후 백신정책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권혁준 서울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철새 이외의 뚜렷한 발생 원인이 없는 상황에서 백신정책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권혁준 교수는 “AI 발생 원인도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는데 백신 정책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면서 “원인 규명부터 한 후 백신정책 도입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생산자 단체에서는 백신정책에서 산업적인 측면이 배제돼 아쉽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부회장은 “백신정책 도입 이전에 SOP개정이나 소비자에게 정보 전달 방법 등이 우선 논의돼야 한다”면서 “방역 정책을 논의할 때 산업적인 측면은 고려되지 않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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