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축산농가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현행 쇠고기 구분 판매제도가 WTO 협정위반이라는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WTO 상소기구가 판매장소를 구분하는 것 자체는 차별이라 볼 수 없지만, 지난 90년부터 한국이 수입 쇠고기와 한우를 분리 판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수입 쇠고기 소비량이 줄어들게 한 것은 WTO 협정(내국인 대우)위반이라는 판정 결과를 공식 통보해 왔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이제 국내산과 외국산 쇠고기의 판매장소를 분리하도록 한 구분판매제도의 폐지가 불가피해 축산농가들에게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쇠고기시장 완전개방 원년을 맞아 한우농가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결과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WTO 판정이 단순한 분리판매 자체가 차별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농림부는 현재의 구분판매제도를 보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제소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우리 나라는 45일 이내에 미국, 호주 등 제소국들과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고 이행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합리적 이행기간을 별도로 얻어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농림부는 시중에서 수입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해 팔리지 못하도록 구분판매제도의 골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제소국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장담할 수 없다. 양측이 절충안을 찾지 못할 경우 다시 한번 WTO의 쟁송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형태로 제소국들의 통상압력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축산농가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공세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올해부터 쇠고기 및 생우의 수입이 완전 자유화돼 쇠고기의 유통질서가 문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앞으로 구분판매제도가 폐지되면 수입쇠고기 불법·부정유통이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동시판매점을 부활하더라도 한우전문점을 존속시켜 소비자와 한우 생산농가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품질 좋은 한우고기가 제값을 받고 소비자에게 판매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산단계부터 최종 소비단계까지 유통구조개선은 물론 양심을 갖고 상행위를 할 수 있는 유통인들의 의식전환도 요망된다.정부는 이런 유통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LPC 경영정상화 등 대대적인 유통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