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이번 설 대목에 선물세트 판매 비중이 신선식품에서 저가의 생활용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농업계가 청탁금지법 제정 초기부터 줄기차게 제기했던 농축산물 소비 감소 우려가 이번 설 대목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일 세트 전년비 19% 감소
식용유·샴푸 등 선물 늘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일 ‘설 이전 유통성수기 대비 수급 안정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최근의 선물세트 소비 동향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설 선물 성수기인 지난 13~18일 6일간 설 특판 선물세트 판매동향을 조사한 결과 과일은 전년 설 대목 동기 대비 19%나 줄어들었다. 축산물 역시 12%가 감소해 이번 설 대목에 농축산물 소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반면 비교적 값이 저렴한 식용유 등의 식품은 8%가 증가했고, 치약이나 샴푸 등의 생필품은 14%나 늘어났다. 가격대로 봐도 5만원 이하 세트는 평균 4% 증가했으나 5만원 초과 세트는 평균 2% 감소해 청탁금지법 시행이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선물 홍보 책자의 메인을 기존 과일류 등 신선식품에서 치약이나 양말 등 저가의 생활용품으로 바꾸는 등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명절 선물 판매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과일 선물세트 역시 저가의 수입과일로 대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산지와 도매시장에서도 고스란히 감지되고 있다. 한국과수농협연합회에 따르면 평년 설 대비 선물세트 판매 비중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고, 도매시장에서의 매기 역시 움츠러들며 최악의 설 한파가 농산물 시장에 불고 있다는 전언이 이어지고 있다.

가락시장의 한 과일 경매사는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5만원에 물건을 맞추려고 해 가격 지지가 되지 않고 있고, 매기도 설이 맞는지 모를 만큼 가라앉아있다”며 “과일 소비의 가장 큰 대목인 설에 물량이 제대로 출하되지 못하면 상반기 내내 과일업계가 침체될 수 있고 만일 추석에도 설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되면 올해를 넘어 장기적인 과일 시장 침체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농식품부가 1월 중순 현재 평년 대비 부류별 농축산물 물가 동향을 분석한 결과 과일류와 시설채소는 평년 대비 낮고, 작황이 좋지 못했던 노지월동채소와 AI 발생 피해가 있는 축산물은 다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노지채소류도 전순 대비 5% 하락하는 등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농식품부는 판단하고 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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