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농업인들은 올해 정부가 중점 추진해야 할 농업정책으로 쌀 재고 해소를 비롯해 농축산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개정 및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을 꼽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역 농업인들을 통해 수렴한 ‘농촌 현장의 소리’에 따르면 농업용수 관정용량 확대와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응하기 위한 방제약제 개발은 물론 철저한 방역관리 등도 강조됐다.

청탁금지법 농업 피해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농업정책 대부분 하향식…현장성 결여·효율성 적어
근본적인 사육·방역체계 개선 없이는 AI 차단 한계


▲중점추진 농정정책=전남 화순 나종주 농업인은 “지난해 공공비축미를 제외하고 농협 자체수매에 응했으나 농협 창고에 쌓인 2013년 및 2014년 재고량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고만 늘어나 걱정이 많다”며 “올해는 쌀 재고 문제를 중점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강원 영월 유영조 농업인도 “쌀은 생산을 줄여 수급을 조절할 것이 아니라 식생활 개선으로 소비를 유도하도록 쌀 식품개발과 소비촉진 정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부정청탁금지법 대응이다. 전남 나주 노웅곤 농업인은 “부정청탁금지법의 근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갑작스러운 법 시행으로 인해 피해가 우려된다”며 “법이 부정청탁 근절을 위해서만 투명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고 농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 씨는 또한 “대부분의 농업정책이 하향식이어서 현장성이 결여되고 효과도 미흡하다”며 “올해는 현장의 문제를 직시하고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농업인 주도의 상향식 정책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충북 보은 윤정임 농업인은 “농지임대차 제도의 경우 시행취지도 좋고 건수도 많겠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거주지와 농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 관리되지 않은 농지가 많다”며 “농지와 가까운 농업인에게 우선 배정토록 임대차 제도를 개선하고 사후관리를 통해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 해남 오형동 농업인은 “올해 가장 시급한 현안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으로 생산자는 생산에만 전념하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제주도 임영애 농업인은 “농업용 관정의 경우 농작물의 생육안정에 기여하면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물 공급을 위해서는 용량 확대가 필요하다”며 “밭 농업직불금도 올해 ha당 45만원으로 매년 오른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충분한 예산을 마련해 현실에 부응하는 정책이 시행되도록 해줄 것”을 강조했다.

경기 용인 김경태 농업인은 “농업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므로 폐농지원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며 아울러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사전에 생산계획을 등록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공급량 및 정보공유시스템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김 씨는 또한 “불법소각이나 매립, 방치되는 농업용 폐자재에 대한 수거 및 처리지원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강원도 강릉 송인숙 농업인은 “AI 발생 이후 지역에서 자체 소독을 실시했는데 차량 바퀴도 소독하지 않은 채 100여 농가를 왕래하는 방역요원을 보면 매년 가축질병 발생과 피해가 반복된다는 느낌”이라며 “지역마다 도계장이 몇 개 없어 닭을 싣고 다른 광역단체로 이동하는 것이 질병 전염의 위험을 키우는 원인이 되는 만큼 도계장을 확대하거나 자가 도축을 허용하는 등의 도계시스템을 마련하면서 자체 방역관리를 점검해 개선할 것”을 강조했다.

충남 부여 최영호 농업인도 “최근 2~3년 주기로 AI가 발생해 피해가 증가하는데 근본적 사육 및 방역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살처분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AI 등 가축전염병의 방역제 개발 및 방역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관리할 수 있는 축산연구소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문광운 기자 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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