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 목표방안에 생산비 절감 방안 포함

농협중앙회가 농가소득 5000만원 실현을 위한 핵심추진전략 중 하나로 생산비용 절감을 내세우면서 농기자재업체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농산물가격 하락과 농업소득 정체로 농가의 악화된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은 생산비 절감이 중요하다. 하지만 농협이 근시안적 성과주의에 매몰돼 생산비 절감의 책임을 제조업체에 전가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산농기자재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농업의 지속성도 훼손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생산비 절감 방안에 농기계·시설자재 가격인하 포함
“현재 계통계약시스템…저가·저질경쟁 더 부추길 것”
장기적으로 품질·친환경적 생산방식서 경쟁력 찾아야


특히, 값싼 수입농산물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니라 품질이나 친환경적 생산방식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현재의 계통계약시스템은 저가, 저질경쟁을 부추긴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농협경제지주는 최근 2017년 업무추진계획을 통해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한 실천적 전략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생산비용 절감, 농산물 판매확대, 부가가치 제고 등을 5000만원 달성을 위한 핵심추진전략으로 내놓았다. 이중 생산비 절감방안에는 2015년 대비 2020년까지 농약, 비료, 시설자재, 농기계 등에서 2000억원의 가격을 인하해 농가경영비를 절감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2015년 기준 농가당 농업소득이 1125만7000원에 불과하고, 값싼 수입농산물이 급증하는 것을 감안하면 생산비 절감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농협중앙회가 생산비 절감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계통구매에 참여하는 농기자재업체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일예로 농업용필름시장의 경우 국제원유가격이 상승하면서 생산비의 60~70%를 차지하는 EVA(에틸렌초산비닐공중합체, ethylene-vinyl acetate copolymer)원료의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농업용 EVA가격이 2016년 12월 1톤당 5만원, 3.23%가 올랐고, 올 1월에 다시 1톤당 10만원, 6.45%를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 반면 농협중앙회 계통구매의 경우 2016년 4.8%인하에 이어 올해 다시 10%인하를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업용EVA원료는 한화 관계사가 독점상태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인 농업용필름회사들이 가격협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두바이유 기준 유가가 2016년 1월에는 1배럴당 27달러 선이었는데 올 1월에는 50달러를 넘는 등 원가인상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농협중앙회 측에서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지역농협들이 추가약정을 통해 업체 간 할인경쟁을 시키고 있는 것도 심각한 수준이다. 농협중앙회의 경우 계통계약 시 ‘추가약정’ 조항을 넣어 구매량, 발주량, 배송, 검수 등을 감안해 계통가격보다 더 싸게 입찰을 붙일 수 있도록 해뒀다. 이에 따라 농업용필름을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는 계통계약보다 20%가 넘게 단가를 인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저가입찰의 결과는 이듬해 농협중앙회 계통계약 시 가격인하의 빌미가 되고 있다. 업체입장에서는 1.4%대의 농협중앙회 취급수수료, 5%대의 지역농협 판매수수료는 그대로 둔 채 제조업체에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는 한국농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농업관련산업의 뒷받침도 필요한데, 현재방식을 고수할 경우 결국 품질이 낮은 농자재유통을 부추기고, 궁극적으로 우리농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제살 뜯어먹기 식의 계약방식이 단기적으로 가격경쟁력 확보에 유리할지 모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농산물 완전개방시대에 우리농업의 생존방식은 가격이 아닌 품질과 친환경적인 생산방식 등의 경쟁력에서 찾아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기태 소장은 “농촌진흥청 등 국가기관은 실증실험 등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농자재의 품질정보를 농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주고, 농협도 긴 안목을 갖고 좋은 품질의 제품이 적정가격에 농민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농업용필름을 1톤 트럭에 싣고 가는 것과 12톤 트럭에 싣고 가는 것은 물류비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농협중앙회가 물류비 등을 감안해 합리적 방식으로 추가약정의 단가를 계산, 제시하는 것이 농업계가 상생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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