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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농업·농촌 다원적 기능·공익적 가치 담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구성됐다. 1987년 제9차 개정된 현행 헌법을 다시 바꾸기 위해서다. 지난 5일 첫 전체회의를 연 개헌특위는 오는 6월 30일까지 활동한다. 최근 농업계에서는 개헌을 위한 국회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헌법 개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향후 농업계가 개헌 움직임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국회 헌법개정특위 활동 돌입…농업계 “기회로 활용”
‘국가가 농업·농촌을 지원해야’ 한다는 철학 제시
“직불제 지급 등 국민적 공감대 이끌어 나가야” 여론


국회는 지난해 12월 29일에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는 “1987년 이후 지난 30여 년간 국내외의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이 급변해 기존 헌법 체제하에서 개별법률의 개정이나 제도의 보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 헌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며 “국회가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헌법개정안을 심도 있게 마련해야 한다”고 결의안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이로써 국회에 1987년 이후 30년 만에 개헌특위가 만들어졌다. 개헌특위원장에는 이주영 새누리당(경남 창원마산합포구) 의원이 임명된 가운데 이철우 새누리당(경북 김천)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서울 구로구갑), 김동철 국민의당(광주 광산구갑), 홍일표 바른정당(인천 남구갑) 의원이 각 당 간사를 맡는다.

개헌특위는 지난 5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활동기한인 6월 30일 이전에는 최소한 헌법 개정안의 큰 틀을 만들자는 데 이견이 없어 당분간 개헌특위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다. 헌법에 ‘농업·농촌 철학’을 명시해 지속가능한 농정이 펼쳐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현행 헌법에는 ‘농’(農)을 담고 있는 조항이 두 개 뿐이다. 제9장 제121조와 123조인데, 우선 121조에는 ‘국가는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한다’와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인정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 123조에는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와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해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 등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 두 조항 모두 30년이 지난 현재, 농업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121조와 123조에는 농촌정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2015년 기준 임차농지가 전체의 51%가 된 상황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인데다, 농어업을 중소기업과 같은 맥락에서 견주고 있는 점도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그래서 농업계에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던 것이다. 핵심은 헌법에 농업·농촌의 기능과 역할, 국가의 지원의무 등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농업·농촌의 기능과 역할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있는데, 이 내용이 오히려 헌법에 있어야 한다”면서 “농업·농촌이 공익적·다원적 기능과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가가 농업·농촌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철학이 헌법에 제시돼 있어야 하고, 이는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은 특히 “국민들이 ‘왜 농민들에게 직불제를 지급해야 하느냐’라고 의문을 가질 때 헌법에 근거하고 있음을 당당히 밝히고, 헌법에도 농업·농촌에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농업·농촌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나가는 게 필요하다”면서 “이 때문에서 선진국들은 헌법에 농업·농촌의 역할과 기능, 국가의 지원의무 등을 담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나라가 스위스”라고 말했다. 스위스는 1996년에 연방헌법을 개정하면서 104조를 신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함께, 보상 원칙을 규정했고, 스위스가 시장개방의 물결에서 좌초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유지하고 있는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도 “스위스에 갔을 때 농업 GDP가 전체 농업의 0.6% 밖에 되지 않는데 농업예산이 그 10배인 6%인 것에 대해 국민들이 반대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의아해 하더라”며 “농업·농촌이 중요하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어 저항이 없기 때문인데, 헌법의 역할이 크다”고 임 교수와 같은 의견을 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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