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산지는 극심한 기상 악화로 인한 불안정성이 고조됐고, 농산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몰린 시기였다. 실제론 지난 2년간 주요 품목의 평균값이 떨어진 측면이 컸기에 속앓이가 깊었다. 도매시장에선 유통 주체들 간의 파열음이 지속적으로 새어나오며 공생의 필요성이 요구됐던 한 해였다.

연 초 산지는 내륙의 수온주가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등 극한 한파가 몰아쳤다. 여기에 올 여름은 연일 폭염특보가 발령돼 산지를 달궜다. 이러한 궂은 날씨로 산지 상황이 유독 좋지 못했던 한해였다. 그러다보니 농산물값 급등이라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면서 소비자 물가 급등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또한 도매시장은 유통주체 간의 대립이 연중 지속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한 해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농산물 유통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돌아봤다. 


#산지 상황과 농산물 동향

농작물 생육 부진·병충해 몸살…저장성 약해져 이듬해까지 차질
지난 2년간 농산물값 바닥, 평년가격 떨어졌는데도 급등 호들갑


▲폭염, 폭설, 태풍…궂은 날씨로 인한 피해 속출=매년 그렇겠지만 올해 산지에선 정말로 농사짓기 힘들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폭염, 폭설, 태풍 등 궂은 날씨로 인해 산지 상황이 유독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해벽두부터 이런 신호는 감지됐다. 1월 중순을 넘어서며 내륙 수온주가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등 15년만의 극한 한파가 찾아와 한반도를 꽁꽁 얼렸다. 이에 시설 단지에선 난방을 해도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등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여기에 미세먼지와 황사 등도 겹쳐 과채류 단지에선 수정 불량 등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생육에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가들이 많았다. 특히 당시 귤과 월동작물의 주 수확시기였던 제주에선 32년만의 폭설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작물이 얼어붙는 등 동해 피해는 물론 하늘길도 막혀 유통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출하하지 못했던 물량이 일시에 몰려 가격이 폭락하는 등 2차 피해도 잇달았다.

겨울이 추었다면 올 여름은 너무도 더웠고 이는 초가을까지 지속됐다. 연일 폭염특보가 발령되는 등 산지를 달궜고 이에 바이러스병 등 병충해에 빈번히 노출됐다. 또 발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파종이 늦어지는 등 산지 생육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여름철 고랭지 배추 물량이 급감하는 등 생산량에도 지장을 초래했고, 과일류도 무름과 발생 양이 상당히 많았다.

날씨로 인한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최근 월동무를 비롯해 배추, 당근, 양배추 등 겨울채소가 생육기 날씨 악화로 인한 생육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10월 초 남부와 제주를 강타한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파종을 포기하거나 재파종에 들어간 곳이 다수였고 이 여파로 최근 월동채소 수급 상황이 원활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또 과일산지에서도 현재 저장성이 약한 물량이 많아 사과, 배, 단감 등 저장 후 다음해까지 유통돼야 할 과일 상황이 썩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 생산 동향이 내년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다.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내몰린 농산물값=농산물값 급등이라는 소식이 올해는 유독 자주 들렸다. 지난 2년간 농산물값은 대부분 바닥세에 머물렀던 반면 올해는 작황악화로 인해 시세가 비교적 높게 형성되자 지난 2년과 비교, 농산물값이 급등했다는 식의 발표와 보도가 이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여름 배춧값 상승 시 일부 언론에선 이에 대한 주 원인을 산지유통인 위주의 배추 유통구조 문제로 지적했고, 이후 산지유통인 단체에서 이를 재반박하는 일이 발생키도 했다.

사실 올해 농산물값이 예년에 비해 높게 보인 것은 최근 2년간 농산물값이 유례없이 낮아 주요 품목의 평균값이 떨어진 요인이 컸다. 2014년 세월호 사고와 2015년 메르스 여파 등으로 지난 2년간의 농산물값은 유독 낮게 형성됐고 이는 기준점이 되는 지난해와 평년 시세의 기준선을 낮춰놓은 것이다.

농산물값이 연일 언론지면에 오르내리면서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건고추 등 생산량이 감소했음에도 가격이 평년 이하 수준에 형성되는, 한마디로 경제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 몇몇 품목에선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농산물값 인식에 대한 재해석의 목소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2015년 기준 소비자 물가지수를 100으로 보면 배추는 전체 소비자 물가 중에 겨우 0.17을 차지한 반면 담배는 0.3에 이르는 등 물가인상의 주범을 배추 등 농산물값으로 몰고 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다.


#도매시장 둘러싼 여러 논쟁

판매장려금 인상·상장예외 허용 조례개정 두고 시의회와 마찰음
도매법인 역할 점검·중도매인과 함께 농산물 제값받기 충실해야


▲시의회가 촉발시킨 도매시장 논쟁=서울 가락시장은 연초부터 시끄러웠다. 서울특별시의회가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일부를 개정하면서 가락시장 유통주체들 간의 공방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5월 3일 임시회를 열고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일부 개정안을 전자투표를 통해 재석의원 72명 가운데 46명이 찬성, 20명이 반대, 6명이 기권해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서울시 공영도매시장의 중도매인에게는 현행 도매시장법인 위탁수수료 수입의 1000분의 150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1000분에 200까지 지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후 농식품부가 개정 조례를 불승인하면서 잠잠해 지던 판매장려금 인상 논의는 서울시의회가 9월 9일 판매장려금 인상이 포함된 서울시 조례를 재적의원 84명 중 찬성 61명, 반대 22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켜 또 다시 불붙었다. 농식품부가 ‘판매장려금 인상은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도매시장의 효율적 관리·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도매시장 설립 목적에 비춰 볼 때 잉여자금의 형성은 출하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불승인을 내렸지만 서울시의회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은 물론 출하주인 농업인들의 의견도 무시한 채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내외부에서 큰 반발을 샀다.

여기에 광주광역시의회에서도 상장예외를 허용하는 조례를 개정해 통과시키면서 여러 잡음이 불거졌다. 상장예외 허용을 통해 기존의 불법을 합법으로 전환하려는 도매시장법인들과 학계의 반대와 상장예외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의회 및 중도매인들의 찬성으로 격론이 일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장관리위원회에서 상장예외 도입이 불가하다는 것으로 결정돼 당분간은 현행대로 진행되게 됐다.

▲논쟁 대신 공생 모색할 때=중도매인들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인상으로 도매시장법인들의 과도한 수익성에 대한 점검과 법인의 역할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해 판매장려금을 인상하려 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도매시장법인의 과도한 수익을 배분하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현재 도매시장법인들의 수익이 적정한지, 이들이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역할에 충실한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중도매인 역시 도매시장법인의 역할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논쟁을 촉발시킨 당사자는 아닌지 등의 자성도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다.

“법인과 중도매인이 본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방면에 힘을 쏟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모습입니다. 이러한 모습이 연출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법인이나 중도매인들의 경쟁 구도가 부족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수집과 분산이라는 법인과 중도매인들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적 자극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 농산물 유통 전문가의 이 같은 발언은 현 상황에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공생해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도매시장법인은 산지 수집기능을 더 활발하게 이행하고, 중도매인은 생산자들이 출하한 농산물이 제 값을 받고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것이 본연의 역할들이다. 농업인들은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과 가속화되는 수입 자유화 속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도매시장 유통주체들의 공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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