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1990년대 들어 구매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규모화·체인화 된 새로운 소비지 유통주체가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구매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 유통주체는 안정적인 농산물 구매를 위해 이전의 유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유통방식을 활용했다. 이러한 신 유통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농가조직화를 통한 산지규모화가 산지 유통현장과 정책에서 핵심 의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산지의 규모화 정도가 낮으면 조직력 효과는 커지지만, 규모화 정도가 커지면 조직력 효과가 낮아지게 되기 때문에 이들은 이율배반적인 관계에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조직화는 조직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 규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 등 이원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먼저 농가를 목적별 기능 중심의 소그룹 위주로 다양하게 조직하고, 소그룹 농가조직을 산지 마케팅조직 단위로 다시 연계해 단일화하는 새로운 조직화 방안이 바람직하다.

규모의 경제 추구만으로는 안돼

일반적으로 산지조직의 적정규모는 대규모 경제의 우위성인 ‘규모 효과’와 전속적 사업 이용의 경제효과인 ‘조직력 효과’와의 합성 효과가 최대가 되는 사업 및 조직규모이다. 조직력 효과란 연대의식을 가진 농가조직이 산지 유통조직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산지 유통조직의 사업량 및 사업수익이 증가하고 동시에 산지 유통조직의 사업경비가 절약되는 효과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 효과를 통해 농가가 산지 유통조직의 사업을 이용함에 따른 효용이 증가돼야 한다. 이때 규모 효과는 산지 유통조직이 규모를 확대해 사업기능을 스스로 완결함으로써 발휘될 수 있는 경우와 이들 연합조직의 기능지원을 통해 비로소 발휘될 수 있는 경우로 구분된다.

한편 농가의 조직력은 ‘사회적 결합’의 힘과 ‘협동조합적(기능적) 결합’의 힘으로 구성된다. 사회적 결합력은 통상적으로 동질적인 사회집단(특히 지연 등에 근거한 결합)에 속함으로써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통합이나 연합 등을 통해 규모가 확대되는 경우에는 사회적 결합으로써의 힘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사회적 결합의 이질화에 의한 조직력 저하를 최대한 억제함과 동시에 사회적 결합력의 저하를 충분히 보완하고 남을 정도로 ‘협동조합적 결합력’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의 산지 유통조직에 남겨진 과제이다. 그러나 농가의 다양성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다양화된 참여농가의 욕구에 대응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농가의 자주성을 어떻게 부활시켜 나갈 것인지, 어떻게 산지유통조직을 이용하는 유리성을 실현시켜 갈 것인지 등이 오늘날 산지조직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농가, 목적별·기능별 소그룹 조직 

산지의 조직화·규모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농가수익의 안정·극대화이며, 그것은 산지 유통조직이 공동판매를 추진하는 경제적 근거의 하나이기도 한 규모의 경제성에 의해 달성되기 쉽다. 규모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농산물의 대량취급이 필요하며, 농산물의 개별성이 가급적 남겨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참여 농가 간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의사통일이 필요하게 됐으며, 거기에서 무조건 위탁판매의 원칙이 출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무조건 위탁판매 하에서는 평균판매의 원칙이 취해져 생산·판매 면에서의 기술혁신을 저해함과 동시에, 경영자 능력의 향상 또한 억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참여 농가의 생산기술 혁신과 판매능력의 향상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면서도 공동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평등원칙에 입각한 규모의 경제성만을 추구해 온 사업체제에서 공평성을 바탕으로 보다 농가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및 사업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로써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가격경쟁’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제품경쟁’의 양면성을 가진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사업체계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성 수용 가능한 사업체제로

규모 효과는 산지의 조직적 규모화를 통해 추구하는 경제 효과이다. 그러나 산지의 규모화는 상당한 지역차가 존재하거나 구성원이 조직화에 참여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성만을 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조정의 경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가령 지역별 기상조건과 표고 차이를 이용한 출하시기의 조정, 지역특성을 이용한 시장별 수요특성에 대응하기 위한 출하처 조정, 출하품목의 다양화를 실현하기 위한 산지 조직간 조정 등을 통해 발휘할 수 있는 유리성의 존재이다.

이러한 경제효과는 참여농가에 대해 조직화에 참여하는 유인제로 작용해 산지조직의 이용률을 제고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산지의 규모 효과는 ‘규모의 경제성’과 ‘조정의 경제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산지의 조직적 규모화에서 상위조직의 기능은 비용절감적인 측면 이외에 경쟁산지를 이기기 위한 전략적인 기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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