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축산업계가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육계계열업체 동우가 농가와 협의 없이 사육비 정산방식 변경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동우와 참프레, 내년부터 절대→상대평가로 일방 추진
계약사육농가와 충분한 협의 없고 준비기간 짧아 도마


양재윤 동우 농가협의회장에 따르면 육계계열업체인 동우와 참프레(이하 동우) 사가 2017년도 1월 1일부터 사육비 정산 방식을 기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변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평가의 경우 해당 농가의 사육 성적을 토대로 사육비를 정산하지만, 상대평가는 동일 기간 농가들의 사육성적 평균치를 중심으로 사육비 조정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상대평가는 사육 성적이 평균치보다 높은 농가들은 사육비를 더 받을 수 있고, 계열업체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장점이 있지만, 사육 성적이 낮은 농가들은 사육비가 깎이고 도태되는 단점이 있어 업계 논란이 돼 왔다.

문제는 동우 측이 상대평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계약 사육 농가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재윤 농가협의회장은 “지난 11월 17일 동우 측이 농가협의회를 대상으로 상대평가에 대한 장단점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후 차주에 상대평가 도입 관련 협의를 위한 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각종 농가 모임이 취소되는 바람에 진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동우와 참프레는 지난 12월 초 계약 사육 농가들에게 ‘2017년 1월 1일 입추 물량부터 상대평가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안내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육 농가들은 상대평가에 대한 준비 기간도 없을뿐더러 협의 없이 도입하는 것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양재윤 농가협의회장은 “동우가 상대평가를 도입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 “상대평가를 도입하려면 농가들도 준비 기간과 이해가 필요한데, 동우가 AI 발생으로 농가들이 혼란스럽고 모이지 못하는 틈을 타 상대평가 도입을 추진하는 행위는 잘못됐다”라고 지적했다.

동우 계약 사육 농가들은 또 동우의 경영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하고 있다. 회사의 경영이익을 판매 등을 통해 높이는 게 아닌, 계열농가 쥐어짜기 식의 사육비 절감으로 이익을 취하는 구조에 대한 불만이다. 동우의 한 계약 사육 농가는 “상대평가를 도입하면 절대평가 방식으로 사육비를 정산하는 것에 비해 농가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동우는 상대평가 도입으로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는 농가 사육비를 깎아 경영이익을 챙기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양재윤 농가협의회장은 “농가협의회가 정식으로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 농가협의회 존재 자체가 의미가 없다”면서 “동우는 AI가 진정될 때까지 상대평가 도입을 중단하고, 농가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협의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현영 동우 감사는 “대부분의 농가는 사육비를 더 받기 위해 상대 평가 도입을 원하고 있고,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일부일 뿐”이라며 “상대평가 도입에 대해 지역 소장을 통해 1:1로 설명을 할 것이고, 회사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계획대로 도입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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