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月南) 이상재(李商在) 선생의 1주년이 되던 해에 그 분을 위한 기념사업회에서 나의 휘호를 부탁하여 왔다. 나는 그가 일하던 YMCA 총무실에걸려 있는 액자의 글이 생각나서 써 보냈다. “나는 세상만사에 진리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다(萬事無求眞理外)”를 써 보냈더니 그 안짝의 글도 써보내라는 요청이 왔다. 그 안짝의 글은 “한 마음이 말 없이도 서로 통한다(一心相通不言中)”는 글이었다. 이 글은 일본식민통치시절에 월남이 일본에갔었는데 일본의 어느 유지가 지필묵을 가지고 와서 “조선 민족이 숭앙하는 스승을 뫼시게 되어 영광”이라면서 휘호를 원하여 즉석에서 써준 글이다. 이 글은 월남의 한결 같은 정신이었다. 유명한 소설가 박종화는 이 글씨앞에서 절을 하였다고 한다. 그 어려운 시절에 젊은이들이 존경한 분이 적지 않은데 오늘은 독립을 하였으나 정신의 황무지가 되었으니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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