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명절에다 어수선한 정국 상황이 맞물려 예년보다 이른 설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대형 유통 업체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가 설 대목의 진입로라고 할 수 있는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예년보다 일찍 당기며 침체돼 있는 소비에 불씨를 지피려 하고 있다. 명절 매출에서 차지하는 명절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 비중이 매년 늘고 있는 가운데 올 설 선물 시장엔 과일 등의 신선식품 대신 양말 등 저가의 생활용품이 주력 품목에 들어가는 등 신선식품 소비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대표 제수 품목인 사과와 배 등 과일업계도 한 달여 남은 설 대목을 앞두고 물량 조절에 들어가고 있다.

예년보다 이르게 분위기 형성…선물세트 사전예약 시작
청탁금지법 여파 신선식품보다 저가 생활용품 부각 우려
사과·배 등 중소과 많지만 출하량 충분, 당도 높아 주목


▲주요 유통업체 동향=설 대목 50일을 전후해 주요 유통업체들이 2017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첫 스타트는 롯데마트가 끊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5일부터 시작해 다음달 13일까지 40일간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올해 사전 예약 판매 시점은 지난해보다 일주일가량 빠르다. 롯데마트는 이번 설 사전 예약 판매에서 사과, 배 등 과일 선물세트를 비롯해 전년 대비 13% 이상 늘어난 189개 품목을 준비했다.

이마트는 예년보다 5일 이른 이달 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35일간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실시한다. 홈플러스도 8일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 다음달 15일까지 전 점포 및 온라인 등에서 정유년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우려스러운 점은 청탁금지법 시행과 어수선한 정국 상황 속에 사과·배 등 신선식품보다 저가의 선물세트가 중심 품목으로 올라서고 있다는 것. 실제 롯데마트의 선물세트 가이드북은 기존 신선·가공·생활용품 등의 카테고리별로 선물세트를 제안하는 방식에서 이번 설부터는 1만원대, 2만원대, 3만원대 선물로 책자 구성을 달리했다. 이에 따라 가이드북 첫 장에 담긴 선물세트 주력 품목도 지난해 설에는 사과, 배, 한우 등 신선식품이 차지했으나 올해는 양말 선물세트, 치약 등의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한 1만원대 선물세트로 바뀌었다.

▲과일 수급엔 이상 없을 듯=아직 이르지만 대체적으로 사과, 배 등 과일 수급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올 사과 전체 저장량은 적으나 설 사과 공급은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과의 경우 11월을 기해 대부분의 산지에서 수확 및 저장이 마무리된 가운데 모니터 조사결과 후지의 대과 비율이 전년보다 6%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명절에 필요한 대과 위주로 저장이 많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과보다 수확이 빨리 이뤄져 수확기까지 궂은 날씨 영향을 받았던 배의 경우 중소과가 많을 것으로 보이고 저장량도 전년 대비 감소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날씨 영향 등으로 저장 배 경도가 저하돼 장기 저장성이 좋지 않은 물량이 많아 설 대목에 출하가 집중될 것으로 보여 대목 물량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사과와 배 모두 당도 등 맛 부문에선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산지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박연순 한국과수농협연합회 상무는 “아직 이르긴 하지만 수확 이후 동향을 보면 사과와 배 모두 설 수급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과는 빛깔에서, 배는 중소과가 많다는 점이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사과와 배 모두 생육기 풍부한 일조량 속에 당도는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사과와 배 모두 평년 이하의 시세가 형성돼 있는데 연말대목부터 설까지 이어지는 한 달여의 기간 동안 당도 높은 우리 사과와 배를 많이 애용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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