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성군청은 맹동면 용촌리에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가금 관련 차량에 소독을 진행했다.
▲ 방역당국이 곤포 사일리지를 이용해 용촌리로 향하는 길목을 막아 놓은 모습. 길목 근처의 ‘한천’에서는 철새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고병원성(H5N6형)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 다발적으로 발생한 가운데 지난 17일 AI가 확진된 충북 음성 지역은 고요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산란계와 오리 사육농가가 밀집된 지역이기 때문에 AI가 발생 직후 인 21일 9농가의 오리 10만9500수의 살처분이 진행됐다. 

일부 언론 ‘농장주 부주의로 발병’ 호도에 피멍
살처분 보상비용도 “매번 농가만 손해” 냉가슴 
상시 예찰활동, 체계적 방역·방제 시급 목소리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충북 음성군은 통제초소 4곳(마산리, 용촌리, 봉현리)과 거점초소 3곳(용촌리, 쌍정리, 오류리)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중에서도 16일 최초 의심축 신고와 20일 추가 신고가 발생한 맹동면 일대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맹동면 용촌리로 통하는 길목마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출입 통제’라는 노란색 현수막으로 둘러싼 곤포 사일리지 두 개가 놓여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하얀색 방역복을 입은 음성군청 소속 공무원들이 사료 반입 차량을 멈추고 소독을 하고 있었다. 사료 반입 차량에 소독을 끝낸 군청 직원은 ‘소독 필증’을 작성해 운전기사에게 건네줬고, 차량은 비로소 해당 지점을 통과할 수 있었다.

현장의 공무원들은 방역의 문제점으로 인원과 전문성이 부족한 점을 꼽았다. 음성군청 소속 공무원들이 2인 1조로 근무조를 편성해 통제 및 거점 초소를 지키고 있었는데, 인원이 부족해 본래 업무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음성군청에 수의직 공무원이 2명뿐인 까닭에 체계적인 방역에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음성군청 관계자는 “대부분 행정직 공무원들이 통제하고 있는데 전문지식도 없고 인원도 부족하다 보니 일부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질병 전담반을 상시 운영해 평소에는 예찰 활동을, 질병 발생 시에는 초동방역 투입 등으로 체계적인 방역·방제 활동을 펼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차량 출입이 통제돼 AI가 발생한 사육 농가들은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통화를 통해 현장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음성군 맹동면 봉현리에서 1만수 규모로 오리 사육을 하는 A 씨는 외출을 삼가고 있었다. 지난 20일 밤, 급작스레 50여 마리의 오리가 폐사하자 방역 당국에 의심축 신고를 했고, 간이 검사 결과 양성반응을 보여 살처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살처분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동네주민들을 비롯해 국민들에게 고병원성 AI가 농장주의 부주의한 방역·방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오해받는 것이 더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혔다.

A 씨는 “10월만 되면 농장 소독 빈도를 높이고, 외출 후 돌아오면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농장에 출입하는 등 방역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면서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철새로 인해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지만, 언론들이 모든 잘못을 농장주가 한 것처럼 보도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이뤄질 살처분 보상비용 책정 과정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현재 가축방역관리법상 음성 반응을 보여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 농가에 대해서는 100% 보상을 하지만, 양성판정을 받은 농가에 대해선 살처분 보상금을 감액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A 씨는 “지자체와 방역 당국은 어떻게 해서든 살처분 보상비용을 감액하려 할 것”이라며 “고병원성 AI가 인위적으로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 매년 AI 발생 농가만 손해를 입게 되니 억울하다”라고 주장했다. 

음청군청 측은 고병원성 AI 확산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고, 향후 보상금 평가위원회를 개최해 살처분 농가에 대해 과실을 따져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음성군청 축산식품과 관계자는 “이번 AI가 안정화되면 살처분 농가의 입추 확인서와 마릿수, 사육 및 소독 일지 등 공정한 평가를 거쳐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면서 “현재는 AI 종결을 위해 방역·방제에 집중해 농가 재산피해가 퍼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종결 이후 겨울철 오리농가의 휴지기 방역보상금 제도 도입을 위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성군은 2014년 AI 발생 이후 오리 농가를 대상으로 예산 1억5000만원을 편성해 겨울철 약 4달 동안 휴지기를 갖는 농가에게 일정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타 가금 농가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해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해당 관계자는 “2014년 논의 이후 시범 사업을 한 결과 2015년에는 AI가 발생하지 않는 등 성과가 있었다”면서 “이번 AI가 종결되면 관내 축산 농가들의 의견을 모아 오리농가에 대해 겨울철 휴지기 방역보상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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