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최근 무역자유화로 인한 시장개방이 확대됨과 동시에 저출산·고령화로 농산물 소비가 감소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업소득이 불안정해질 뿐 아니라 농업·농촌의 활력도 저하되고 있다. 한편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로 농촌 및 농업인과의 심리적 거리감이 확대되면서,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와 식의 안전·안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농업·농촌에 대한 다양한 수요증가에 대응해 농업·농촌이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도 농업·농촌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농식품 6차산업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해 관련법도 정비했다. 농식품 6차산업화는 농업인이 농산물생산이라는 1차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가공해 판매하거나 지역자원을 활용한 농촌관광 등 2차산업과 3차산업으로까지 확장해가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6차산업화와 관련되는 경영체 수는 약 15만 농가로, 전체 농가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 농가는 6차산업화를 통해 연간 약 2조9000억원 상당의 소득을 실현하고 있으며, 약 5만3000명의 상시고용도 실현하고 있다. 이처럼 농촌지역의 다양한 지역자원을 활용해 6차산업화를 추진함으로써 농업인의 소득 증대는 물론 고용 창출로도 이어져 농촌지역의 활력을 증진시켜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농업인이 주도하는 부가가치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1·2·3차산업의 융복합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증진시킨다는 관점에서 크게 농상공 연대와 6차산업화라는 용어를 혼동하여 왔으며, 관련 정책도 그러했다. 이 두 가지 용어의 개념 차이는 가치형성(부가가치화)을 둘러싼 방법과 주체의 차이에 있다. 일반적으로 농상공 연대는 가치형성을 주도하는 주체가 2차산업자든 3차산업자든 상관없이, 오로지 어떻게 상품·서비스의 가치를 형성시켜갈 것인가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이때 대체적으로 농업인은 단순 원료농산물의 공급업자에 머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에 반해 6차산업화는 농업인이 주도해 그러한 가치를 형성시킨다는데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결국 농상공 연대에 대한 농업부문에서의 반성으로 대두된 정책이 6차산업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6차산업화를 1차산업×2차산업×3차산업으로 곱하여 부르고 있는 것도 농업인이 주도하는 것이라야 한다는 의미(1차 산업이 빠진다면 6차산업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이기도 하다.

따라서 농업인이 주도하는 6차산업화는 사업의 성공을 위한 6차산업화의 비즈니스모델을 기획하고 그것을 실행시켜가는 농업인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6차산업화에는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이 존재하지만, 모든 비즈니스모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기획력과 시장 지향적 사고, 선택과 집중이다.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기획력' 

6차산업화는 가치를 형성시켜가는 관점과 가치를 실현시켜가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첫째로 가치를 형성시켜가는 관점은 농업인이 가공·판매를 직접 수행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법(사업 통합형)과 농업인이 해당 사업자와 연계해 아웃소싱 하는 방법(사업 연계형)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사업통합형’은 6차산업화를 통해 얻어지는 부가가치 수입이 모두 농업인으로 귀속되지만 그만큼 설비 투자 등의 위험부담이 따른다. 반면 ‘사업연계형’은 부가가치를 통해 얻어지는 수입은 적어지지만, 그만큼 설비투자 등의 위험부담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두 번째로 가치를 실현시켜가는 관점은 6차산업화를 통해 형성된 가치를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 경우 소비자를 농촌지역으로 불러들여 제품·서비스를 판매하는 방법(교류형)과 기존의 유통경로를 활용해 도시지역의 소비자에게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네트워크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령 농촌지역의 체험시설을 통해 소비자를 농촌으로 불러들여 관련 체험서비스 등과 농산물 등을 판매하는 행위가 ‘교류형’이다. 또한 기존의 로컬푸드매장이나 통신판매 등을 통해 제품·서비스를 판매하는 경우가 ‘네트워크형’이다.

철저한 내부분석…'선택과 집중'을

위와 같이 6차산업화를 추진할 때는 무엇을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가를 정하고, 그 무엇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형성시켜 가고, 누구에게 어떻게 공급하여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기획력이다.

또한 그 무엇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판매할 것인가가 출발점이 된다. 6차산업화를 추진할 때 좋은 제품을 만들면 반드시 팔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누구에게 무엇을 판매할지 명확해야 비로소 ‘좋은 제품의 콘셉트’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 지향적인 사고다.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생산해서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에 대한 비즈니스모델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우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생산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농업인의 장점을 살린 제품·서비스와 이들 시장 지향적인 사고를 절충시켜가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6차산업화를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철저한 내부 분석도 매우 중요하다. 농업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일 중에서도 잘 할 수 있는 일과 잘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주체가 존재하는 경우는 해당 기능을 과감하게 외주화해 사업을 효율화시켜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6차산업화란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규모나 사업범위를 분석하고, 일정한 수익원을 확보해 일정부분 위험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6차산업화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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