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및 소비 위축 등으로 화훼산업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한 ‘화훼산업 발전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6일 경기 화성시 소재 경기도농업인회관에서 한국농업경영인경기도연합회와 본보 부설 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선 관련 산업 종사자는 물론 학계와 관련 기관 등 화훼업계의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토론회에서 현 화훼산업 위기를 기회로 승화하기 위해 문화적 차원에서의 화훼산업 접근, 유통 구조 개선, 신품종 육성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일본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화훼산업진흥법의 조속한 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개회사
“화훼 위기 기회로 만들 다양한 의견 나오기를”

 

▲임희철 한농연경기도연합회장=화훼산업 발전방안 모색 정책토론회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화훼산업의 위기감을 타개하기 위한 자리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화훼를 비롯한 농축수산물 소비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화훼분야에선 저가 수입꽃 증가와 화환 재사용, 수출 감소 등으로 농가 피해가 늘어만가고 있다. 화훼 농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꽃과 함께하는 생활문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다양한 신품종이 개발돼 원활한 현장 보급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토론회가 화훼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주제발표1/우리나라 화훼 이용현황과 활성화 방안
“최고급 꽃 사용 유도…시설현대화로 고품질 제품 생산을”

‘꽃이 영업에 도움’ 인식 확대하고
정서함양 등 원예 치료 가치 홍보
박람회 등 문화 확산 기회로 활용

 

▲박천호 고려대 교수=우리나라가 소득 3만 달러 달성을 눈앞에 뒀다고 한 게 오래됐는데 아직 그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소득이 3만 달러 수준으로 오르려면 물질을 넘어 정신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3만 달러 소득을 넘어가는 나라치고 꽃 이용이 우리 같은 경우는 없다. 3만 달러 소득을 넘고 정신적으로 안정화되려면 문화로서 꽃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농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A급 꽃을 생산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팔리면 얼마든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수준이 최고급 꽃을 필요로 하는 층이 얇다. 그래서 장식하는 이들에게도 고급 꽃을 이용해 보라고 유도하고 있다. 산지에서도 시설 현대화를 통해 꽃 상품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농사를 짓는데도 수월하다. 농가에서의 질적인 생산 변화가 본격화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제대로 된 고품질 중심의 화훼 생산 시스템으로 가야 할 때다.

꽃의 활용도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전원카페를 보면 꽃이 제대로 심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이 잘 안가게 된다. 꽃을 이용한다는 것이 영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자꾸 인식시키고 보급해 나가면 이것이 소비 확대의 하나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경조사 위주의 화훼시장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미다. 꽃을 판매하는 분들도 꽃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꽃을 산 소비자들이 정확한 꽃 재배 기술을 알 수 있게 상인들이 먼저 이를 숙지해야 한다. 미국의 한 꽃집을 가봤더니 꽃을 사면 A4 용지 한 장에 재배법이 꼼꼼하게 적혀 있더라. 우리는 그런 게 없다.

꽃의 원예 치료적 가치도 제대로 알려나가야 한다. 막연히 꽃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생들에게 꽃과 함께하는 생활을 하게 했더니 정서적으로 나아졌다거나, 수험생들 책상 위에 화분을 올려놓았더니 수험생 피로가 가셨다는 등의 효능과 효과에 대한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새집증후군 개선 등의 효과도 있다. 실제 이와 같은 화훼에 대한 다양한 효능과 효과가 논문 등으로 입증됐다. 이를 화훼 홍보에 활용해야 한다. 또 매년 진행되고 있는 꽃 박람회나 축제 등도 단순히 일회성 행사로 끝날게 아니라 꽃 문화를 촉진하는 확산제로 쓰여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아 아쉽다.

유통구조도 들여다봐야 한다. 화훼시장이 제대로 서기 위해선 공판장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인터넷 주문, 직거래 등 유통 경로 다양화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수출 분야도 중국 꽃 수요층이 다양하니 시즌을 맞춰가며 이들을 공략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꽃과 함께하는 생활로 주변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길 기대해본다.



#주제발표2/화훼 신품종 개발과 보급 활성화 방안
“국내 육성품종 2007년부터 활기…민간육종 활성화 모색”

접목선인장·하추국 ‘백마’ 등 인기
투자비용 높아도 품종 개발 중요
육종 개발로 세계시장 주도해야

 

▲신학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장=국내 농산물 중 품종보호로 등록된 품종이 2016년 9월 기준 6305종이다. 이 중에서 화훼류가 3452품종으로 54.8%를 점유하고 있다. 화훼류 3452품종 중 국산 품종이 2122종으로 61.5%를 점유한다. 국산품종 2111종 중 1436개 품종은 정부와 기관에서 육성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는 기업보다는 관 주도형이다.

국내 육성 품종은 대부분 2007년부터 보급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대외 로열티는 장미, 난, 국화 등의 화훼 품목에서 56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국내 품종이 100%인 접목선인장은 독일국제꽃박람회에서 최우수상부터 금상, 특별상 등 상을 휩쓸 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 하추국인 백마도 품위가 좋고 절화 수명이 길어 일본 바이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신마가 성장하면서 백마 인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결국 백마가 이를 눌렀다. 장미 역시 딥퍼플 등이 인기를 끄는 등 국내 화훼품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품종 개발은 대부분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다양한 자원을 바탕으로 장시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개발된 이후엔 엄청난 효과가 있지만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투자도 상당하다. 투자가 많이 들어간다고 해도 하나의 산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품종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 화훼 수출 1위국인 네덜란드는 재수출 비중이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이다. 품종을 개발해 인건비가 싸거나 난방비가 들지 않는 나라에 품종을 보내 재배한 뒤 이를 다시 자국에 들여와 수출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로열티도 받게 된다. 또 국내 시장으로는 들여오지 못하게 해 수입에 따른 내수 시장 불안 우려도 없다. 여러모로 좋은 품종을 갖고 있으면 생산, 수출 등 다방면에서 유리하다.

육종 산업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육종이 생산을 선도하고 시장을 주도한다. 민간 육종의 활성화로 다양한 품종 개발도 필요하다. 사실 아시아의 경우 인구는 가장 많은데 특별한 육종회사가 거의 없다. 우리가 육종에 투자해 장기적인 산업으로 주도해가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주제발표3/경기도 화훼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방안
“‘테이블에 꽃을’ 캠페인 추진·화훼류 품질 강화 등 노력”

시군축제 등서 직거래장터 개설
시설현대화 지원·수출품목 육성
신품종 홍보·체험프로그램 운영

 

경기도는 원예시설 현대화와 소비 확대를 통한 화훼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꽃 생활 문화 조성을 통해 경제 활성화 분위기 고조와 국민 행복 증진 및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함이다.

이를 위한 추진전략은 △소비자 접근성 제고 △화훼류 품질관리 강화 △건전한 화환 유통문화 조성 △화훼 수출확대 △홍보 강화 등이다.

소비자 접근성 제고를 위해 ‘1Table 1Flower(테이블에 꽃을)’ 꽃 생활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도청 및 시군 직원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확대추진하고 있다. 또 도청 벚꽃축제나 굿모닝 하우스 등의 도 행사와 시군 축제 등에 수시로 꽃 직거래장터를 개설하고 있고, 로컬푸드 직매장 화훼판매 코너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화훼류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선 시설원예 현대화 지원을 함과 동시에 신수출 전략품목을 육성하고 있다.

건전한 화환 유통문화 조성 분야에선 신화환 이용활성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화환 건전사용 캠페인도 병행하고 있다.

화훼 수출도 확대키 위해 해외시장을 개척해나가면서 화훼 수출포장재 및 생산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수출화훼에 대한 물류비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끝으로 홍보 강화를 위해 집중홍보 테마를 선정해 중점 홍보하고 있다. 각종 행사시 화훼 신품종을 적극 전시 및 홍보하고 있고, 화훼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엔 체험·교육 효과 제고를 위해 교과 과정과 연계해 진행하고, 중학교에선 꽃 생활화 현장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책 제언을 하자면 가정용 화훼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화훼의 환경적·정서적 가치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고, 대형 원예형 소매점을 개설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제고해야 한다. 소비자 기호에 적합한 품종 개발 및 원예시설 현대화 지원을 통한 화훼 품질개선과 안정적인 수출기반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학교 방과 후 수업과정에 꽃 생활화 교육과정 편성, 원예치료사 활성화를 통한 꽃 생활화 및 일자리 창출, 주택 화단 조성 공간 의무화, 직거래 유도를 위한 전자경매제 도입 등도 화훼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과제다.
 

▲ 화훼산업 발전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선 화훼산업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현재의 화훼산업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산업 발전을 위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
강송섭 한농연경기도연합회 화훼분과위원장
강성해 한국화훼농협 조합장
권영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 절화부장
서명훈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장
정문기 한국농어민신문 편집국장(좌장)


#종합토론

꽃나무심기 등 지자체 사업서 지역산 꽃 활용하지 않아 아쉬워 
화훼산업진흥법 제정 시급·수도권 경매장 중장기 설립계획 필요
직무관련자라도 5만원 이하 꽃선물 가능…중장기 대응 모색해야

▲정문기 편집국장=화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만큼 오늘 토론회가 화훼산업 발전을 위한 내실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 분야별로 현장에서 본 화훼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 지적과 더불어 화훼산업 발전방안 모색에 대한 좋은 의견을 제시해 달라.

▲강송섭 위원장=꽃은 사치와 과시가 아니라 경조사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우리와 함께 해나가는 하나의 문화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꽃 생활화가 정착돼야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선 각 지자체가 꽃나무 심기 등의 사업을 전개하면서 지역 생산농가가 생산한 꽃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하나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신품종을 개발하면 이 신품종이 농민들에게 보편적으로 보급돼야 하는데 일부 선도농가들에게만 보급되는 경우가 있다. 화훼 유통 분야에서도 하한가를 맞춰주지 못하는 경매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강성해 조합장=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화훼농가가 굉장히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미래가 없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봄 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문제와 개선대책을 마련하면서 지속 가능한 화훼산업 발전을 위해선 화훼산업진흥법도 시급히 제정돼야 한다. 우리도 일본처럼 화훼산업진흥법을 만들어 산지폐기 등에 대한 지원도 마련돼야 한다. 또한 청탁금지법 제재가 되지 않는, 예를 들면 이해당사자라도 5만원 이하의 꽃은 선물할 수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 답변 등을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수도권 유통과 관련해 정말 소홀한 부분이 많았다. 유사시장은 물론 불법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상권은 죽어가고 있다. 상권이 집중화될 수 있도록 수도권 경매장에 대한 중장기 설립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서명훈 과장=화훼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이용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선 꽃을 이용하는 관습이 요구된다. 또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할 법률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 행사에 몇 명 이상이 참여하면 반드시 꽃 장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식이다. 국회 공청회 자리 등에서 꽃 문화 활성화를 위한 법률적 제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이 법률을 통해 꽃 문화가 가정에 문화적으로 또 관습적으로 스며들 필요가 있다. 소득은 3만 달러를 육박하는데 꽃 소비는 감소하고 있는 건 제도적 뒷받침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 꽃 시장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일본을 가보면 인근 마트에서 꽃을 쉽게 살 수 있다. 우리는 꽃 한 송이 사러 공판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권영규 부장=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너무 몸을 사리는데 직무관련자라도 5만원 이하의 꽃은 선물할 수 있다.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너무 부정적인 요인만 부각시키려 하고 단기적인 결과만 보려는 경향도 있다. 청탁금지법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응을 하면서 화훼산업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훼산업진흥법도 일본에서 먼저 제정됐지만 우리에 맞는 한국형 화훼산업진흥법이 나와야 한다. 이 속에서 수급예측시스템과 교육, 홍보 등의 사업이 전개돼야 한다. 유통분야에서는 문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이자 원인은 유통단체의 이합집산이다. 사실 공영도매시장 경매율이 20~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유사시장 등으로 흘러들어간다. 화훼 가격이 항상 불안한 것은 도매시장이 가격 지지와 물량 분산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상권을 일원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통합적으로 가야 가격 안정과 물량 분산은 물론 이를 통한 생산자와 소비자 이익의 극대화도 도모할 수 있다.

이장희·김경욱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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