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기자간담회

▲쌀수급 안정을 위한 단기적 대응으로 사료용 공급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생산조정제 도입과 대북지원 재개 및 가공제품 개발을 통한 소비촉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확기 쌀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시장격리 등을 통한 가격안정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쌀 생산조정제 도입과 변동직불금 요건 완화 및 소비촉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 수재민 돕기와 장기적 차원에서 통일을 대비한 상시 대북지원, 사료용 공급 확대, 가공용 소비촉진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논에 밥쌀용 쌀 재배 줄이는 대신 사료용 벼·콩 재배
중소 쌀가공업체 지원…밀가루 대체할 가공식품 개발
국제기구 통한 북 수재민 지원·사료원료 공급 확대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4일 ‘쌀 수급 동향과 정책과제’란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쌀 수급안정 방안을 제시했다. 김창길 원장이 주재한 이날 간담회에서 농경연은 쌀 수급 안정방향으로 단기대응과 중장기 대응을 내놓았다.

단기 대응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쌀 수급안정 대책으로 요약된다. 신곡수요를 초과하는 물량을 전량 시장에서 격리하고 매입가격도 공공비축미와 동일하게 우선지급금 4만5000원(벼 40kg)을 지급한다. 차액은 10~12월 산지쌀값 조사를 거쳐 내년도 1월 정산해준다.

또한 미곡종합처리장(RPC) 벼 매입자금 지원을 확대해 원활한 매입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농협이 각각 1000억원씩 2000억원을 늘려 총 3조원을 지원한다.

사료용 공급도 내년도 25만 톤으로 늘린다. 복지용 공급은 가격을 대폭 할인하고, 학교급식용을 포함해 올해 8만2000톤에서 내년도 11만 톤으로 확대한다.

해외원조는 현행 공여물량 3만 톤 이외에 국제기구나 민간 자선단체를 통해 1000톤 정도 공급하되 물량확대를 위한 FAC(식량원조협약) 가입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가공용은 연산별 할인율을 현행 10%에서 20%로 확대해 올해 46만6000톤에서 내년도 56만 톤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태훈 농경연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시장격리 물량이 수확기와 이듬해로 구분돼 산지의 불안감이 지속돼 수급안정 효과가 낮았다”며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20일 정도 일찍 수확기 정부대책이 발표되고 농가에서 직접 매입하는데다 연내에 시장격리 물량을 완료한다는 방침이 지난해에 비해 달라진 점”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쌀 수급 정책과제의 중장기 대응방향으로 쌀 생산 감축과 소비촉진 및 수요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김 위원은 먼저 “쌀 과잉생산 원인을 집어봐야 한다”며 “쌀에 편중된 농업정책과 지자체 별도의 쌀 생산지원 및 쌀 산업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쌀에 편중된 농업정책은 시장격리에 대한 정부개입과 직불제가 있다. 시장개입은 풍작으로 산지 쌀값이 하락할 경우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다. 직불제도 쌀을 제외한 농산물은 가격하락에 대한 제도화된 정책이 없는 반면 쌀은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하락분의 85%를 보전해준다.

지자체 별도의 쌀 생산지원 정책도 지적됐다. 김 위원은 “중앙정부와 별개로 쌀 농가를 위한 정책지원 프로그램이 많은데 2015년 쌀과 관련한 지자체 예산은 약 7000억원 정도로 이중 쌀 생산지원 관련 예산이 전체 예산의 77%에 달한다”고 밝혔다.

농가 대부분 고령화되고 쌀농사 기계화율이 다른 작물보다 높아 작물전환의 한계가 있는 점도 쌀농사 집중의 원인으로 꼽힌다. 2014년 기준 벼농사는 60세 이상 비율이 72.8%로 높다. 기계화율도 벼농사가 97.8%인데 반해 밭농사는 56.3%에 그친다. 10a당(300평) 노동 투입시간은 벼농사가 11.8시간으로 참깨 63.1시잔, 고추 160.7시간에 비해 짧다.

김 위원은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 측면의 쌀 생산 감축 정책과 소비촉진 및 수요확대 방향을 제시했다. 생산 감축은 한시적 생산조정제 도입이 우선된다. 이는 논에 밥쌀용 쌀 재배를 줄이는 대신 사료용 벼나 콩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변동직불금 지급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논의 경우 현행 변동직불금은 벼를 재배해야 지급되므로 벼를 재배하지 않고 다른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지급하도록 지급조건을 바꾸는 것이다. 김 위원은 “이는 미국의 가격변동대응 직접지불제(CCP)와 유사하게 변경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정책공조도 강조됐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쌀 생산과잉 물량에 대한 격리비용을 모두 부담했지만 앞으로는 생산과잉을 유도한 지방정부나 생산자 단체도 일정 부문 책임을 지고 비용을 분담하는 방향을 검토하자는 제안이다.

다음은 쌀 소비촉진 및 수요확대로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간편한 쌀 가공식품 개발과 보급방안이 강조됐다. 농경연이 소비자패널 조사결과 쌀밥 대체식품으로 쌀 가공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낮게 나타나 새로운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쌀밥을 먹지 않을 경우 대체식품으로 빵과 패스트푸드가 각각 33.6%, 21.3%로 높은데 반해 쌀 가공식품 섭취율은 8.2%에 그쳤다. 또한 응답자의 27.2%가 아침밥을 먹지 않고 있으며, 아침밥을 먹지 않는 이유는 쌀 이외의 대체음식을 먹거나 아침에 식사할 시간의 부족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와 함께 쌀 가공식품의 신뢰제고를 위한 대기업과의 상생협력 및 정부인증 필요성도 강조됐다. 응답자의 79.8%가 쌀 가공식품 소비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조리나 섭취가 간편하지 않거나 가격 및 제품에 대한 신뢰가 없어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영세한 쌀 가공업체와 대기업이 상생 협력해 쌀 가공업체의 안전한 제품과 대기업의 마케팅 능력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 쌀 가공업체의 안전한 제품을 정부가 인증해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대북 쌀 지원 재개 등 해외원조와 사료용 공급 확대 및 식품 가공원료 참여 등의 방안이 제안됐다. 대북지원 재개의 경우 2007년까지 정부의 쌀 수급정책에서 매년 평균 40만톤 정도로 총 180만5000톤의 국내산 쌀이 지원됐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의 수재민 지원을 시작으로 장기적 측면에서 통일정책의 일환으로 대북지원 재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사료용 공급은 정부가 올해 10만1000톤에서 내년도 25만 톤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쌀 재고 소진을 위해  공급물량을 늘리자는 제안이 많았다. 일본의 경우 2014년 100만 톤 정도가 사료용으로 공급돼 공급확대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직불제 개편도 일방적 진행보다 생산자단체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와 함께 쌀을 식품소재로 소비하는 측면에서 전분당과 고추장 및 라이스밀크 등의 원료로 대량 공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전분당과 고추장은 옥수수 및 밀가루를 대체하는 것으로 적정 가격에 공급할 경우 대량 소비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김창길 원장은 “사료용 공급확대 연구와 대북지원 필요성 제기 및 직불제 개편에서 농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문광운 기자 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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