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완 대표가 올해 재배한 슈퍼아피오스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그는 상태를 살펴본 뒤 “폭염에도 슈퍼아피오스가 아주 잘 재배됐다”고 만족해했다.

생산이 늘어났거나 소비가 정체했거나 농산물 중엔 포화상태에 이른 품목들이 많다. 최근엔 수입산까지 급증하면서 폐원하는 작목도 속출하고 있다. 이는 악순환의 연속이 된다. 폐원 농가들이 재배할 수 있는 품목이 한정돼 있어 몇 년 후엔 다시 다른 품목이 포화상태로 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작목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이색 작목들이다. 물론 이색 작목이 장밋빛 청사진만을 제시해주지 않지만 대체 작목으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는 작목들도 많다. 이런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2일 경남 하동의 이색 작목 ‘슈퍼아피오스’ 재배현장을 찾았다. 한국농어민신문은 앞으로도 이색 작목 재배 소식이 들리는 곳을 왕왕 찾을 계획이다.

아피오스 개량…발아율 99% 이상·생산량도 많아
감자 재배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재배 가능
사포닌·비타민 E·칼슘·섬유질 등 풍부한 천연식품


#슈퍼아피오스 재배현장

인디안 감자로도 알려진 ‘슈퍼아피오스’는 10년 전쯤부터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아피오스의 개량종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종자용으로 재배가 시작됐고, 현재 1만3000여㎡(4000평) 규모의 노지에 슈퍼아피오스를 재배하고 있는 윤정완 하동자연농원 대표가 올 연말 소비지 시장에 첫 문을 노크한다.

3월말 파종에 들어가면 그해 11월부터 다음해 3월 전까지 수확할 수 있는 슈퍼아피오스는 무엇보다 생육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올해 폭염 등으로 대다수 작목의 작황이 좋지 못했지만 슈퍼아피오스는 이를 모두 극복했다는 것이 윤정완 대표의 설명.

윤 대표는 “산비탈이나 물이 잘 빠질 수 있는 들녘, 감자를 재배할 수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에서든 슈퍼아피오스를 재배할 수 있다”며 “잡초 제거와 영양제 외에는 별다른 농약도 주지 않았는데 올해 별 문제없이 슈퍼아피오스가 잘 자라 다음 달 수확을 앞두고 있다. 슈퍼아피오스는 병충해에 유독 강하다”고 설명했다.

슈퍼아피오스의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발아율과 생산량이다. 윤 대표는 “재래종인 아피오스는 발아율이 30~40%밖에 되지 않으나 슈퍼아피오스는 발아율이 99% 이상으로 한 평(3.3㎡)당 생산량이 10kg에 이를 정도로 단위 당 생산량도 많다. 재배도 어렵지 않으면서 수확량도 많아 수확기 이외에는 별다른 노동력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슈퍼아피오스는 이 작목만이 지닌 특유의 맛과 다양한 효능을 부각하며 현재 백화점과 폐쇄몰(자사 임직원 등 특정인 대상 쇼핑몰)에 입점을 앞두고 있다. 윤 대표는 “슈퍼아피오스는 인삼과 밤, 고구마, 감자의 맛이 모두 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인삼에 함유된 사포닌과 비타민 E를 비롯해 칼슘, 섬유질, 철분 등이 다량 함유된 천연식품이 슈퍼아피오스”라며 “이미 재래종인 아피오스에도 당뇨, 관절, 전립선, 고혈압, 장기능, 면역력 강화, 다이어트 등 남녀노소 모두에게 다양한 효능이 입증돼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아피오스의 유통을 맡고 있는 김종완 농업회사법인 오경(주) 대표는 “주요 백화점과 10여개의 폐쇄몰에 입점을 준비 중인데 반응이 좋은 상황이다. 기존 아피오스가 kg 당 1만5000원에서 2만원 사이 거래됐다면 슈퍼아피오스는 kg 당 4만~5만원선에 거래될 것 같다”며 “이색 작목의 경우 생산량 증가보다 소비력 확보가 중요하기에 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하동에서 태어나 지역 면장과 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장 등 공직에서 32년을 보내고 퇴임한 뒤 농촌 현장에 뛰어든 윤정완 대표는 “공직 생활 중 각종 농산물의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해 농가 소득이 바닥을 치는 등 농민들이 힘겨워하는 상황을 자주 목격했다. 벼농사를 주종으로 하던 우리 마을 앞 들판도 현재 매실 경작으로 작목이 집중적으로 전환되고 있어 매실 시세도 우려된다”며 “이런 곳에 슈퍼아피오스를 재배하면 대체 작목은 물론 귀농 품목으로도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남부 몇 군데에서만 슈퍼아피오스가 재배되는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농가의 고소득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슈퍼아피오스를 비롯해 주요 이색 작목들이 대체작목으로 자리잡아 여러 작목들이 농촌 산지에 균형 있게 뿌리내려 재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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