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며 사과, 배, 감귤 등 국내산 과일이 시장에 대거 출하되고 있는 가운데 수입산 과일 물량도 늘고 있어 국산 과일 소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10월 첫 주말 한 마트에서 지역농협과 함께 햇사과 직송전을 열고 있는 모습.

이른 추석 여파에 본격적인 수확기까지 더해져 사과, 배, 감귤 등 국내산 과일이 대거 나올 가을철 과일 시장에 수입 과일이 본격적인 몸짓 불리기를 하고 있어 국내산 과일 소비에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10월 1일부터 노지물량이 첫 출하된 감귤 농가의 경우 안으로는 태풍 피해에 밖으로는 수입 과일과의 경쟁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파인애플식초 인기·수입업체 비용 지원까지…수입물량 크게 늘어
미국 포도 ‘무관세’·뉴질랜드 키위는 관세인하로 반입량 증가 전망


과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수입산 과일 품목 중 파인애플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파인애플의 경우 최근 불고 있는 파인애플식초의 인기로 기존 외식·식자재 업체 수요에다 가정용 수요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영향 등으로 국내로 수입되는 물량에 한해 수입 업체들이 12kg 한 박스 당 3달러 정도의 단가를 지원해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인근 일본이나 중국 시장보다는 국내 시장으로 파인애플이 집중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파인애플 수입량은 지난해 9월의 4104톤을 크게 넘어선 6299톤이 들어왔고 10월에도 증가가 예고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수입과일 담당자는 “국내 파인애플 시장은 한 대형 수입과일 업체가 절반 정도를 점유하는데 이 업체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물량에 한해 현지에서 12kg 한 상자 당 3달러 정도의 비용을 지원해줬고, 타 업체들도 이 업체를 따라가 유독 한국 과일 시장에 파인애플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10월 16일엔 미국산 포도의 계절 관세가 무관세로 전환돼 계절관세가 적용되는 내년 4월 30일까지, 또 이 기간 매년 많은 양의 미국산 포도가 국내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이는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10월 16일부터 4월 30일까지의 계절 관세가 24%로 인하된 후 4년이 지난 올해 10월 16일부터 완전히 관세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관세 인하 혜택이 주어진 뉴질랜드산 키위와 현지 작황이 회복된 바나나 등 가을철 수입 과일 물량이 대거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추정할 수 있는 9월 과일 수입량 통계치를 보더라도 올해 9월까지의 주요 신선 과일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14% 줄었으나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9월의 경우 신선 과일 수입량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가을철 국내산 제철 과일도 물량이 크게 증가한다는 데 있다. 주요 과일인 사과와 배의 경우 올 추석이 비교적 일러 추석 대목에 출하되지 못한 물량까지 10월 가을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10월 과일관측을 보더라도 작년 10월 대비 올 10월에 사과는 6%, 배는 8% 시장 출하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몇 년간 가격 침체에 신음했던 감귤 시장에도 늘어나는 수입 과일은 불청객으로 등장하고 있다. 10월 1일 노지물량이 공식적으로 첫 출하된 직후 제18호 태풍 차바로 인한 과원 침수, 낙과 피해 등을 겪은 감귤이 이제 시장에 나오면 불어난 수입 과일과 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가락시장의 한 과일 경매사는 “통계치를 보더라도 8월 전보다 9월에 수입물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 흐름은 박스 지원을 받는 필리핀산 파인애플과 무관세로 전환되는 미국산 포도 등이 주도해 10월에 더 크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감귤 농가인 고행곤 한국농업경영인서귀포시연합회장은 “태풍으로 인해 하우스가 무너지고 낙과 피해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받았는데 여기에 수입 과일 물량까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최근 몇 년간 좋지 못했던 감귤 시세가 올해도 이어질까 우려가 크다”며 “특히 미국 등 수입포도의 경우 감귤이 출하되는 시기에 시장에 나와 감귤 산업에 대한 피해가 크다고 우려했던 부분인데 이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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