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진행하는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9월 26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신문 요지는 ‘FTA농어촌상생협력기금’. 처음엔 당초 요지대로 신문이 되는 듯 했다. 농어촌상생기금에 대한 전경련의 입장을 묻고 또 들었다. 그런데 점점 농해수위원들의 질의방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으로 기울었다. 이승철 부회장이 이 재단들을 출범시키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시점부터 농어촌상생기금은 사라졌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만 부각됐다. 추가, 추추가 시간까지 활용하면서 농해수위원들은 두 재단을 들추는 데 열을 쏟았다. 진짜 열심히 였다.

물론 국가적으로 가장 민감한 논란거리를 국회의원으로서 묵과해서는 안된다.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농해수위원들은 국감 중이었다. 그것도 여당의원없이, 또 장관은 그림자로 앉아있는 농식품부를 대상으로 한 국감이었다.

그렇다면 ‘농정’에 더 집중했어야 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도마 위에 올려야 했다면, 두 재단과 농식품부의 연결고리를 파헤치는 게 농식품부 국감다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당수 농해수위원들은 같은 시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서 다루고 있던 그 이슈를 굳이 또 국감책상에 올리고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농정을 놓쳤다는 점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농축수산업 피해대책,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정부의 의견수렴결과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 한 두마디 물었을 뿐, 이날 국감의 핵심은 아니었다. 또 증인신문에 상당한 시간을 쏟은 탓에 국감을 마치고 쌀값에 대한 현장목소리를 듣기 위해 방문할 예정이었던 인근 RPC 현장시찰도 취소됐다.

결국, 자신의 명함에 ‘농’이 붙은 관계자들은 국감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농정을 떠난 증인신문은 볼 필요도, 들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국감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돼 국회 의사중계시스템을 통해 생중계 되지 못한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농민들이 이를 지켜봤다면 농해수위에 대한 실망감은 이루말할 수 없었을 터. 한 농민단체장은 부탁 아닌 부탁까지 했다. “저 사람들한테 말 좀 해줘. 농민들의 얘기를 귓등으로 듣지 말라고.”

농업계는 13일 농식품부 소관 종합감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는 국감을 생중계로 볼 수 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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