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법인 본연 업무 잊을 지경”

서울 가락시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판매장려금 서울시의회 통과 등 잊을만하면 터지는 이슈에 바람 잘날 없는 분위기다. 도매시장법인들 내부에서는 이처럼 불거진 각종 이슈에 대응하느라 도매법인 본연의 업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위탁수수료 담합 여부 두고 공정위 조사 
이달 초에는 판매장려금 인상 관련 조례 통과 들썩
“대응책 마련 힘쓰다 주객전도 될라” 우려 목소리도


서울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정확히 8월 30일과 31일 양일간에 걸친 조사였다. 이번 조사에는 4개 법인에 대해 총 12명의 조사관이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매법인의 카르텔, 이른바 담합을 조사하는 인원 치고는 많은 인원이 투입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서울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위탁수수료 담합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는 것이 도매법인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위탁수수료에 포함된 표준하역비가 왜 일정하게 정해졌는지, 이 과정에서 도매법인들의 담합은 없었는지 등이 조사의 핵심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탁수수료 담합의 불똥이 조사가 진행되면서 엉뚱한 판매장려금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전언이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조사관이 위탁수수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뉘앙스를 보였다”면서도 “이후 판매장려금에 대한 담합 여부를 더 강하게 의심하고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 도매시장법인들은 대표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와 함께 추석을 앞둔 지난 9일에는 서울시의회가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인상이 포함된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가락시장이 또 다시 시끄러운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해당 조례 통과에 대해 “조례로서 효력이 없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개정 조례에) 이해 관계자들의 대립이 있지만 의원들께서 입법적 판단을 한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이처럼 서울 가락시장에 여러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이에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다 보니 정작 도매법인 본연의 업무가 소홀해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도매법인이 다른 이슈들에 집중하는 사이 산지 지원과 중도매인들의 판로 확대 고민은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집된 산지 물량을 분산하는 조력자인 중도매인과의 관계가 날로 대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영도매시장 유통주체들이 과연 제 역할을 하겠냐는 반문도 커지고 있다.

가락시장 도매법인 관계자는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회사의 기획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오히려 외부 업무에 치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대립이 심화되는 양상에 대해 한 농산물 유통 전문가는 “법인과 중도매인이 본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방면에 힘을 쏟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모습이다”며 “이러한 모습들이 연출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법인이나 중도매인들의 경쟁 구도가 부족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수집과 분산이라는 법인과 중도매인들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적 자극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