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의 특성을 잘 알고 맛의 조화를 고려해 음식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한식도 마찬가지. 하지만 한식요리를 손쉽게 척척해내는 사람이 있다. 심영순요리연구원의 심영순 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한식에 조예가 깊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다양한 경험과 철저한 훈련을 해왔다. 이후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하면서 지금은 대한민국의 대표 한식 요리사로 유명하다.

본보에서는 최근 심영순 원장을 만났다. 우리 농산물 수출을 위한 조언과 한식 세계화 방안 등에 대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농업·농촌에 대한 그녀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심영순 원장이 말한 한식 세계화와 농산물 수출 그리고 농업·농촌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한식당 요리사 체계적 육성
한식 접하는 외국인에게
제대로 된 우리음식 알려야

서양요리에 우리 농산물 활용
역수출도 고려해 볼 만

고유의 맛과 전통 지키고
우리 음식 경험하는 선에서
외국인 입맛 고려해 개발을


▲최근 한식의 우수성을 해외에서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식의 장점은 무엇인가.

-“한식은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계절별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 몸에 좋은 발효음식 등을 고르게 갖추고 있다. 즉, 한식 자체가 건강을 베이스로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 한식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우리 농산물·한식과 친해지고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알려 달라.

-“서양 요리에 사용하는 식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우리 농산물이 많다. 즉, 외국인들이 그들의 요리를 만들 때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다면 한식 요리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서양 요리를 개발해 역수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외국인들에게 우리 음식을 제대로 먹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예를 들어 비빔밥은 먼저 나물과 밥만으로 비벼서 먹은 후 그 밥이 한 두 숟가락 남았을 때 고추장으로 비벼서 먹는 것이 전통방식이다. 그래야 우리나라 고유의 나물 향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부터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외식문화가 발달하면서 비빔밥을 먹는 방법이 간편화된 방식으로 전파된 것이다. 외국인들에게 전통 방식대로 한식을 먹는 법을 알려줘야 한식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해외의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한식을 변형한 퓨전음식을 취급하는 식당이 많다고 한다. 외국인들의 기호에 맞게 변화를 주는 것이 좋은가.

-“한식 고유의 맛과 전통은 변형하면 안된다. 기본적으로 우리 것을 지키되 그들의 문화에 맞게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커다란 냄비에 담긴 찌개를 다함께 먹지만 외국에서는 접시에 덜어 먹는다. 한식도 그들의 식문화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우리의 음식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보존하되 외국인 입맛에 맞도록 한식을 개발하는 것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한식 세계화와 농산물 수출을 위해 많은 정책을 시행했다. 한식을 더욱 알리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한식은 음식 자체만으로도 세계적으로 호평 받을 수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외국을 다녀보면 한식을 제대로 요리하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식이 주목 받자 한식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한식당을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곳에서 한식을 섭취한 외국인들에게 한식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각인되겠는가. 정부가 해외 한식당에서 요리하는 요리사를 양성하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자격 있는 요리사들이 해외에서 한식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한식이 세계적으로 알려진다면 우리 농산물 수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한식이 세계적으로 알려진다면 한식의 식재료로 사용하는 고춧가루, 젓갈 등 우리 농수산물이 더 많이 알려질 것이다. 우리 농산물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다양한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농촌에 대해 하고픈 말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흥에서 배추와 땅콩, 사과 등을 직접 재배하면서 농산물을 수확하기 과정이 얼마나 고된지 톡톡히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쌀 한 톨의 귀중함, 농민들의 수고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슈퍼에서 손질된 닭, 빽빽하게 들어 있는 농산물 등 개별 포장된 제품(농산물)을 과자 고르듯 쉽게 살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소중한 생명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소중하다고 느낀다면 그렇게 쉽게 (음식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 농산물이 얼마나 귀한지, 사람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

또 우리는 농산물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농산물을 수입할 수 없다면 그에 따른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지금은 기계 하나 팔아서 쌀 몇 가마니를 수입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더 많은 기계를 팔아도 쌀 사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먹지 않고 살 수 없기 때문에 먹거리에 소홀하면 안된다. 자급자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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