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HACCP인증, 무창계사 전환 허사될 판”

▲ 전북 진안에서 무항생제 육계 사육을 하는 이광택 농가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기준 강화와 관련해 현장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안 육계농가 이광택 씨

2018년부터 동약 사용 전면금지…“새끼가축 항생제는 허용해야” 강조
무항생제 사육은 현실적 불가…‘우수관리축산물’ 등 용어 변경 모색을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대로 무항생제 인증기준이 강화되면, 국내에서 무항생제 사육을 할 수 있는 육계농가는 없을 겁니다. 정부는 무턱대고 정책을 입안할 게 아니라 현장 사육농가들의 의견을 참고해야 합니다.”

전북 진안에서 10만수 규모로 무항생제 육계 사육을 하는 이광택 농가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친환경농어업육성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관련해 걱정을 앞세우고 있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월에 무항생제 축산물과 관련해 현행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동물용의약품 사용을 허용하고, 해당 약품의 휴약 기간이 2배가 지날 경우 무항생제 축산물로 인정하던 것에서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무항생제 축산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골자로 개정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광택 농가가 일반 육계 사육에서 무항생제 사육으로 전환한 것은 지난 2007년. 위탁사육 계약을 맺고 있는 하림이 무항생제 축산물 브랜드인 ‘자연실록’을 기획하며 일반 사육 농가들에게 무항생제 사육으로 전환할 것을 독려했고, 일반 사육에 비해 마리당 15~20원 가량의 사육수수료를 더 받고 정부에서 수당 60원씩 연간 2000만원 한도 내에서 3년간 친환경축산보조금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환했다.

이광택 농가에 따르면 무항생제 사육농장으로 지정받기 위해 유창계사에서 무창계사로 새로 짓고, 친환경인증과 HACCP인증까지 받으며, 무항생제 사료 사용과 더불어 입추부터 출하까지 모든 과정에 이력제를 도입하는 등 많은 노력과 비용이 발생했다.

이광택 농가는 “농장 주변에 잡초가 나더라도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뽑거나, 세균성 질병 발생 감소를 위해 사료에 유산균 제제 사용으로 출하 시마다 200~300만원이 더 투자된다”고 무항생제 사육을 위한 노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도 오는 2018월 1월에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이 된다면 모두 허사가 될 예정이다. 이에 이광택 농가는 개정안 예외사항에 ‘새끼가축 질병예방을 위한 항생제 처방’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무항생제 사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병아리의 괴사성 장염 발생으로 인한 폐사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항콕시듐제 이외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광택 농가는 “유럽에서는 항콕시듐제의 안전성을 인정해 친환경축산이나 일반 축산에서 사용을 허가하고 있고, 미국도 항콕시듐제를 사료첨가제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초기 30~40%의 병아리 폐사가 발생할 텐데 폐사체를 처리하는 비용과 환경오염까지 발생하므로, 우리나라도 병아리의 질병으로 인한 폐사 감소를 위해 새끼가축에 한해 휴약 기간을 지켜 항콕시듐제를 사용토록 허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무항생제 인증’의 명칭 변경도 주장했다. 현재의 국내 사육 상황에서 전면적인 무항생제 사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우수관리축산물’ 등과 같이 명칭을 변경해 농가와 소비자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택 농가는 “소비자단체에서 무항생제 인증 사육농가들이 항생제를 사용했는데 ‘무항생제’라는 단어를 쓴 것을 문제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정책을 입안할 때 금지하고 제재할 것만 생각할 게 아니라, 사육 현장의 현실에 맞게 명칭변경 등을 통해 농가와 소비자의 혼란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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