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연말 선거를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대선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우리나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과 연계한 동식물 검역(SPS) 및 쇠고기 연령제한 해제 등의 요구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누가 당선되든 FTA 재협상·동식물검역 요구 등 심화 전망
두 후보 모두 TPP에는 부정적…우리나라에는 기회될 수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이상현 부연구위원 등이 발표한 ‘미국 대선 이후 한·미 농업통상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기존에 체결한 모든 FTA의 재검토를 시사하는 등 강력한 자국 보호무역 성향을 표출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기존 FTA의 재검토와 함께 과도한 자유화를 중단하고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는 무역정책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비관세장벽 강화, 국제경기 침체, 달러 약세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후보들 모두 TPP에 반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입장에서 TPP 발효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것은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다만, TPP가 지연 또는 무산되더라도 공개된 TPP협정 규정은 향후 국제질서의 기준으로 구축될 전망이어서 국내 관련제도를 TPP규범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12개 TPP 국가 중 10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TPP가 지연될 경우 특혜관세에 대한 상대적 혜택 연장이 가능하다.

이상현 부연구위원은 “농업은 TPP 피해분야여서 발효가 늦어질수록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데다 가장 민감한 분야인 SPS(위생검역)규범 이행 관련 대응방안 마련과 시행 등 가입 전 준비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반해 한·미 FTA 수정 협상이나 우리나라의 TPP가입 협상을 통해 동식물검역 및 쇠고기 연령제한 해제 등의 요구는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당초 한·미FTA 협상 당시 쟁점이었던 쇠고기 위생조건 문제, 과일 등의 검역문제 등이 제기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과거 한·미 WTO 분쟁에서 미국이 제소한 것은 동식물 검역조치, 유효기간, 주세, 쇠고기 수입제한 등 농업분야에 집중된다. 2013년 미국무역대표부(USTR) 무역장벽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무역장벽으로 언급된 쇠고기 수입규제, 과일류 수입금지 조치, 유전자변형(GMO) 관련 규정 등 SPS 관련 사항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쌀 관세상당치 확정을 위한 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이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WTO에 제출한 쌀 관세율 513%에 대해 공식 이의를 제기했는데 아직까지 양자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가 자국 쌀 농가의 통상이익 확보차원에서 쌀 관세율 협상 시 많은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위원은 “TPP의 SPS 규범 내용이 농·식품 수출국에 유리한 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만큼 농·식품 순수입국인 우리나라는 검역관련 조직 확충과 유관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 SPS관련 전문 인력 양성 및 검역 기술력 제고 등 과학기술 역량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비관세장벽 심화는 최근 달러강세에 어느 정도 도움을 받아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는 대미 농·식품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국 통관 시 농산물 및 식품의 안전, TBT(무역기술장벽협정), SPS, 지재권 등의 집행강화가 예상되므로 입법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정부 간 협의채널을 통한 사전해결 노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문광운 기자 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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