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 ‘대과비율 감소’ 전망에 일부 언론 가세 불안감 확산 눈살

추석 물가 비상이라는 여론이 재생산되고 확산되면서 추석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 추석 물가 전망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농업관측기관·도매시장 “성급한 물가 전망” 일침

최근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추석 물가’나 ‘차례상’을 검색하면 ‘비상’, ‘걱정’, ‘겁난다’ 등 비관적인 단어가 추석 물가를 수식하고 있다. 폭염으로 산지 작황이 나빠져 상품성 하락에다 생산량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이 영향으로 올 추석에 농산물값은 급등할 것이란 게 주요 골자다.

한 대형 유통 업체가 지난 19일 열대야로 사과·배 가격이 전년 추석 대비 20~25% 높게 형성되고 제수용품으로 쓰이는 대과 비율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걸 필두로 다수의 언론에서 과일, 채소 등 올 추석 농산물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수확량 감소로 농산물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 관측기관이나 도매시장에서는 너무 성급한 전망이자 여론 확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본격적인 추석 성수기로 불리는 추석 전 2주가 되지도 않았는데 한쪽에 치우친 추석 물가 전망을 내놓는 것은 추석 소비에 악영향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8월 들어 폭염이 지속되기는 했지만 작물 관리를 제대로 한 산지가 많았고, 사과 등 재배면적이 증가하거나 착과가 많이 돼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품목도 많기 때문에 벌써부터 추석 농산물 가격이나 상품성, 생산량에 대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는 비판이다.

가락시장의 한 채소 경매사는 “지난해 대통령이 가뭄 현장까지 갈만큼 극심한 가뭄이었고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했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대부분의 품목에서 생산량이나 품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며 “오히려 무더위나 가뭄이 지속되면 농가나 산지유통인들이 작물 관리에 더 신경 쓴다. 섣부르게 생산량이 줄었느니, 품위가 안 좋아졌느니 등의 성급한 전망을 하면 결국 농가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락시장의 한 과일 경매사도 “과일의 경우 대과가 없다고 하는데 대과를 보는 시선이 예전가 달라졌다. 배를 예로 들면 예전엔 7.5kg 상자 기준 8과 정도까지를 대과로 쳤다면 이제는 12과 정도까지는 차례상에 올릴 수 있다”며 “이렇게 보면 올해 제사 지낼 대과 물량은 충분히 나온다”고 설명했다.

농업 관측기관에서도 현재 확산되고 있는 추석 농산물 생산량 및 시세 전망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8월 초 관측 정보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작황이 상당히 양호했는데 이후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22일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산지 동향 파악에 앞서 전화로 산지 상황을 체크했는데 피해를 보지 않은 곳이 더 많았다. 자칫 농산물 추석 물가가 급등했다고 하면 선물 수요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너무 성급하게 추석 물가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우려감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3일 7월 하순 이후 지속된 폭염 영향을 받아 일부 품목에서 가격 상승이 있으나 농산물 가격은 대체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8월 마지막 주간부터는 기상여건 호전과 더불어 추석대책에 따른 집중 공급 등으로 대부분 품목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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