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업체 도태되고 과점시장 될라

대형 육계계열업체들이 위생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계시설의 증축·증설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형 계열업체들의 도계시설의 증축·증설이 완료되면 소규모 계열업체들이 도태되고, 소수의 대형 계열업체만 남아 과점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목우촌·하림·사조화인코리아 등 생산성 향상 명분
경쟁력 있는 소수만 생존…농가 사육주권 약화 우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형 육계계열업체 중 도계시설 증축 및 증설에 나선 곳은 총 4곳이다.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목우촌의 경우 지난해 초 도계 생산라인을 증설한데 이어 기존의 도계시설 현대화도 완료했다.

하림그룹의 경우 한강CM은 최근 증축과 도계시설 증설을 위한 기초공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고, 하림도 도계장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동우와 사조화인코리아도 도계장 증설 및 증축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계계열업체들이 대대적인 도계시설 증축 및 증설에 나선 이유는 위생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노후화된 도계시설은 시간당 7000수 가량 도계품 생산이 가능한데, 현대식으로 교체할 경우 시간당 1만수 가량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계열업체 관계자는 “노후화된 도계 시설에서는 시간 당 7000수를 작업할 수 있는데, 최근에 설치되고 있는 설비는 1만수를 작업할 수 있어 효율성이 증가될 것”이라며 “도계 라인 증설과 시설 교체가 이뤄지면 야간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계열업체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형 육계계열업체들의 도계 시설 증축 및 증설로 위생과 생산성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시설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계열업체들은 경쟁에서 뒤떨어져 도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규모 계열업체가 도태될 경우 소수의 대규모 계열업체만 남게 돼 가격 담합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위탁 사육 농가들의 계열업체에 대한 선택의 폭이 줄어들어 이들의 사육 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위생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자유무역 경쟁체제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도계 시설에 대한 증축 및 증설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지만, 반대로 소수의 대규모 계열업체만 남아 가격결정권을 쥐게 되고 위탁농가의 사육 주권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정부가 대규모 계열업체와 소규모 계열업체 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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