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자유무역협정)확대와 농식품산업의 글로벌화,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증가 등 농업·농촌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반면 품종육성을 비롯해 과학영농을 뒷받침할 기술개발에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농식품산업의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발전을 위해 당장 현장에 필요한 기술개발 못지않게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측, 미리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이상길)이 2040년을 내다본 ‘2040 농림식품 미래기술예측조사’를 발표했다. 이상길 원장을 만나 농림식품분야의 미래상을 들어봤다.


과학영농 뒷받침 할 R&D 연구

Q.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하 농기평)부터 소개해 달라.

A. 농업문제의 해법은 결국은 사람과 기술인데, 이중 기술을 담당하는 곳이 농기평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R&D(연구개발)전문기관이자 준정부기관으로 2009년 10월 설립됐다. 농림축산식품분야 연구개발사업의 기획, 관리, 평가를 담당하며, 농민들의 과학영농을 뒷받침하기 위한 R&D사업을 기획하고, 개발된 기술이나 연구의 성과를 사업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2016년 기준 농생명기술개발, 고부가가치식품개발 등 9개 사업에 1879억원을 지원해 농림식품과학기술 육성과 개발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농식품관련기술 사업화 촉진

Q. 취임 후 역점을 둔 일이 있다면?

A. 농림식품관련 기술의 사업화 촉진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연구과제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 기업참여를 위한 규정정비와 제도개선에 주력했다. 연구개발사업의 특성상 연구과제의 주관기관이 대학과 연구소 중심이었지만 제출서류의 간소화, 사회경제적 성과를 고려한 평가지표마련 등을 통해 기업중심으로 전환되도록 노력해왔다. 이 결과, 기업이 주관하는 연구과제가 2013년 기준 전체과제의 41%에서 현재는 56%로 높아졌다. 연구개발 성과의 사업화실적도 같은 기간 141건에서 23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많은 농식품기업들이 연구장비나 실험공간이 부족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5년 10월부터 ‘상부상조플렛폼 시스템(www.fris.go.kr→상부상조시스템)을 구축해 국가나 공공기관, 연구소 등이 보유한 장비와 시험포장, 실험공간을 민간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이마트가 지난 21일 GSP(골든시드프로젝트)사업을 통해 개발된 국산신품종을 계약재배하고, 이를 수매한 농산물을 출시하는 행사를 가졌다. GSP사업을 통해 개발된 양파, 양배추, 미니파프리카, 배추 등의 종자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GSP사업(2012~2021년)의 1단계사업(2012~2016년)이 올해 마무리되는데, 1단계 사업의 성과확산과 안정적인 2단계사업을 위한 계획수립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세대 위해 지금부터 준비

Q. ‘2040 농림식품 미래기술예측조사’라는 연구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이라는데, 착수계기는 뭔가.

A. 현안대응만 해서는 안 된다. 미래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우리가 따 먹는 과실은 누군가가 과거에 심어 놓은 결과물이다. 종자도 그렇고 농업R&D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의 핵심성장산업으로 예측하는 것이 농생명자원을 바탕으로 한 바이오산업이다. 미국, 일본 등 많은 선진국들이 농생명 자원의 육성을 국가의 중장기 전략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풍부한 농생명 자원과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미래 농생명 바이오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전체 연구개발사업에서 농림식품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5%수준으로 타 산업분야에 비해 취약하다. 현재 농기평이 기획해서 추진되고 있는 과제가 500여개로 1과제당 3억~4억원이 지원된다. 가지 수만 많지 자동차, 반도체, 인공지능 등과 비교하면 국민관심도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가 국가R&D사업에 일몰제를 적용키로 했다. 따라서 미래 농식품산업을 둘러싼 이슈에 대한 합리적 전망을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기술융합분야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통해 농림식품R&D를 확대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미래기술 예측연구를 추진하게 됐다. 이번에는 총론적인 미래기술을 예측했다면 다음에는 농업생명기술을 비롯해 각 과제별로 예측해볼 계획이다.


규모화·조직화된 농업구조 전망

Q. 우리농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트렌드와 농업분야에 적용될 기술변화는 어떻게 예측됐나?

A. 선행보고서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래에는 저출산·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인공지능 등으로 촉발되는 4차 산업 확대, 자유무역 확산, 세계적인 자원고갈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농식품분야는 노동력 감소, 식품안전 요구의 증가, 기능성 식품 수요의 증가 등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농업·농촌의 첨단화, 생태계 변화, 식품가공 및 유통의 혁신, 식품 안전, 에너지와 자원 순환, 질병치료 등을 미래 농식품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6대 메가트렌드로 선정했다.

특히 요즘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기술이 많은 화제가 된다. 미래에는 농업분야에도 이런 첨단기술이 좀 더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용 로봇의 경우 사물을 인식하는 기능과 복잡한 농지와 산간지를 자율주행하는 기술이 더욱 발전되고, 기술의 보편화에 따라 도입비용도 크게 낮아질 것이다. 로봇이나 드론(무인항공기)이 전송하는 정보를 중앙의 인공지능이 종합적으로 처리, 통제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런 첨단기술이 농업에 집약되면서 노동력과 생산비용은 감소되고, 현재의 개별농가 생산에서 보다 규모화되고, 조직화된 농업구조로 변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로봇연맹의 관측에 따르면 농업용 로봇시장이 2015년 1조원 수준에서 2020년에는 약22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형 농업용 로봇개발 및 보급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장기 저장·초고속 유통기술 주목

Q. 농식품의 유통과 소비생활을 변화시킬 기술은 어떤 것이 있나?

A. 농식품의 유통과 소비 등에 있어 가장 파급효과가 큰 기술은 장기간 저장기술과 초고속 유통기술의 발달을 꼽을 수 있다. 농식품의 숙성과 부패에 관여하는 여러 요인들을 유전자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게 돼 현재보다 더 장기간 농식품의 저장이 가능해지고, 안정적 농산물 수급조절이 가능해질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안정과 더불어 계절과 상관없이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유해미생물을 억제하는 포장기술이 등장할 것이고 포장지만 봐도 생산이력, 유해미생물 발생정도, 잔여유통기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능형포장기술이 정착할 것이다. 또 전자상거래의 발달과 초고속 드론으로 대표되는 배송기술의 혁신은 생산지의 농민과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확대시켜 현재의 대형업체 중심의 유통·소비 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농식품 위해요소 탐지기법의 경량화와 소형화가 가속화돼 시계, 안경 등 착용할 수 있는 기기와 결합한 개인휴대용 농식품 스캐너(화상정보를 인식해 컴퓨터에 저장하는 장치)도 등장할 것이다. 스캐너를 통해 유해미생물 유무는 물론 개인의 체질에 적합한 식품인지를 사전에 판단토록 하고, 당뇨 등 특정질환의 환자가 적합한 식품을 골라서 섭취토록 도와주는 스마트 식생활시대가 열릴 것이다.


기후변화 대체작물 지속 개발

Q.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에너지 자원고갈 등에 대응할 미래기술은?

A. 지난 100연간 세계평균기온이 0.75℃ 상승한데 비해 우리나라는 1.8℃가 상승했고 대구가 주산지였던 사과가 강원도 양구에서도 재배된다. 이런 것을 보면 체계적인 미래예측을 통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고소득 대체작물을 지속적으로 개발·공급하고, 멸종생물종과 유전자원을 보존하는 기술에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환경오염과 에너지 자원의 고갈에 대한 대안으로 생명공학으로 탄생한 특수기능성작물이 재배될 것이다. 대규모 공단주위나 폐기물 매립지, 하천 등지에는 특정오염성분을 흡수하는 식물이 재배돼 환경오염을 저감할 것이다. 또 바이오에너지 생산효율이 뛰어난 작물이 개발돼 태양열, 풍력,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와 함께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미래에는 석유화학소재에서 농생명자원을 소재로 산업근간이 바뀌면서 생명자원의 개발 및 활용능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3년 330조원 규모인 바이오산업시장이 2020년에는 635조원 규모로 연평균 9.8%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종자산업은 식량자원 공급이라는 1차적 기능을 탈피해 바이오에너지 및 의약산업의 소재를 공급하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변모 중이다. 양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자원을 활용한 종자산업을 육성할 경우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의 식의약소재는 대량의 원료에서 기능성물질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특정기능성물질의 생산능력이 극대화된 동식물의 등장으로 보다 효율적인 식의약소재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울러 개별 작물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질병예방과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 그린백신이 등장하고, 일반작물보다 단가가 높은 기능성 작물이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각종 환경오염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화학소재는 멀지 않은 미래에 식물성 자원에서 유래한 신소재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농업을 기반으로 한 농생명 소재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될 것이다.


R&D기술수요조사 적극 참여를

Q. 농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한농연이나 생산자단체들이 당장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에 그런지 R&D사업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그런데, 농업용 드론의 경우 해충은 작물 잎의 밑에 붙어 있는데, 하늘에서 약제를 뿌려봐야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개발자들이 농업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R&D기술수요조사 등에 생산자단체들이 적극 참여한다면 해소될 수 있다. 또한 1994년부터 시작된 농림식품연구개발사업이 어느덧 22주년을 맞이했다. 우리나라가 농생명 바이오시대를 주도할 수 있도록 농기평 임직원들은 체계적인 미래기획과 연구성과의 사업화 확산에 매진하고, 신뢰받는 R&D전문기관으로써의 소임을 다할 것이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이상길 원장은?
1958년생이며 경북 청도가 고향으로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를 졸업했다. 1982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농림부 식량정책국장, 축산정책국장을 역임했으며, 농림수산식품부의 식품산업정책실장, 제1차관 등을 거쳤다. 2013년 12월 제3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으로 취임했다.
차가워 보이는 첫인상과는 다르게 올곧고 따뜻한 성품이며,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농담도 잘한다. 아랫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업무추진으로, 함께 일해 본 많은 사람들이 존경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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