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석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기술지원과 농업연구사

최근 과일소비는 수입과일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의 과일소비량 증가부분에서 수입과일이 차지하는 부분은 약 65%에 이른다. 특히 FTA 체결 등 관세철폐에 따른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수입농산물의 국내시장 공략은 더욱 격화되는 추세다.

수입과일 국내 시장잠식 가속도

소비자도 대부분 원산지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다. 소비자는 수입과일에 대해 거부감이 적어지고 친숙도가 높아졌으며, 과일 구입 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수입과일의 국내시장 잠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산과일이 이처럼 맥을 못 추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수입과일과의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국내에서 고품질 과일 생산을 부르짖어 왔지만, 수입과일과 차별화하는 고품질 과일을 생산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대부분은 과일을 구매할 때 맛과 신선도를 중시한다. 우선 맛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수입과일은 산 함량은 낮은 반면 당 함량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과일 맛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신선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수입과일과 국산과일간의 차이를 발견하기 곤란하다. 오히려 국산과일보다도 일관된 저온유통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수입과일도 적지 않다.

이처럼 맛과 신선도 측면에서 수입과일이 국산보다 더 유리한 측면을 가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국산과일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구도로는 지금까지의 과일자급률이 하락되는 추세를 멈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수입과일과 차별화하기 위한 국산과일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제철 생산·유통구조 개선 모색을

첫째, 육종기술과 재배기술, 그리고 수확후 관리기술 등 각각의 기술간 협업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신품종 과일의 시장성을 평가할 때는 맛과 더불어 저장성을 매우 중시한다. 맛은 좋지만 저장성이 낮은 품종은 실패한 품종으로 사장돼 버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어떻게 보면 신품종 개발자는 품종에 맛의 우수성, 재배의 용이성, 그리고 높은 저장성을 모두 반영하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재배의 용이성이나 높은 수량성을 실현하기 위해 맛을 양보할 수밖에 없거나,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맛을 양보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일부 가공·외식용 과일과 같이 과일이 소비되는 과정에서 맛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품종을 개발할 경우에는 재배의 용이성이나 높은 수량성, 높은 저장성이 중시돼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용도가 명확한 품종이 개발되지 못하고 만능품질을 갖춘 품종 육성을 지향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품종 개발자는 맛이 중시되는 생식용 과일품종은 맛에 주안점을 두고 품종을 육성하고 부족한 저장성은 수확후 관리기술을 통해 보완하는 등의 협업이 중요하다. 반대로 재배기술 또는 수확후 관리기술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가령 지금까지 재배기술 또는 수확후 관리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정에서 제철과일이 사라져 가고 있다. 과거 국산과일의 자급률이 높을 때는 계절성을 극복한 주년 생산이 소비자의 후생을 높여왔고 산업규모의 확대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수입과일이 범람하는 오늘날 제철과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산과일이 재배적지(지역성)과 재배적시(계절성)는 수입과일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둘째, 유통업자보다 소비자 중심적인 농업생산이 강화될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통업자의 관심은 맛보다는 외관·수송성·저장성에 쏠려있다. 특히 저온유통체계가 미흡하고 거래가 계획적이지 못한 상황 속에서 저장성은 유통업자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과일은 완숙이 아닌 미숙 상태에서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소매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가 완숙(完熟)이라는 문구이다. 완숙과일은 유통시킬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짧아져야 한다.

그렇기에 완숙 과일을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기간을 단축하는 유통구조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완숙 과일은 생산자뿐만이 아니라 유통업자의 중요한 차별화 요소이기도 하다. 과거 낮은 저장성 때문에 수도권 유통이 어려웠던 무화과는 도매시장의 정가수의매매를 활용한 소매점과의 사전 거래 등과 같은 유통구조 개선으로 유통기간을 단축시켰다. 그 결과 무화과가 점차 전국단위의 유통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완숙 과일의 유통가능성 및 시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와 신뢰관계 구축 나서야 

마지막으로 국산과일이 갖는 가치를 생산자 스스로 다시 평가해야 한다. 요즘 생산자의 얼굴이 보여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효율성만을 중시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일반화되는 과정 속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물리적 거리는 물론 심리적인 거리도 확대돼 왔다. 그러나 대면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소중한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대면을 통해 판매한 농산물은 클레임 발생도 적다.

생산자의 마음을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판매방식은 효율성을 대신하는 또 다른 가치인 것이다. 나날이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농산물 시장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대면판매가 농업인의 마음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소중한 비즈니스로 재평가 돼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얼굴이 보이는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유통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국산과일을 수입과일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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