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어렵고도 힘들었던 98년이 간다. 지난해말 불어닥친 IMF한파는 올해 내내 농민들을 괴롭혔다.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배합사료값 36%, 면세유류값 1백7%, 비료값 29%가 상승했고 금융기관에서의 수입신용장(L/C)개설제한과 해외수출업체의 현금결제요구 등으로 일부 농자재는 재고부족의 위기까지 맞는 등 환율상승에 따라 원자재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원자재 수급불안이 심화됐다. 반면 경기침체로 전체적인 소비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농산물 소비도 크게감소, 농축산물값이 폭락했다. 이는 도시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98년1/4분기에 전년동기보다 10.3%가 줄었지만 식료품 소비는 무려 16.7%나 감소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물론 이러한 농민들의 이중의 고통은 정부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과 소,돼지 등의 수매지원, GSM-102 적극 활용을 통한 사료원자재 지원과 함께 수입원자재값도 어느 정도 안정됐다. 최근에는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배합사료 6%, 면세유 10.5%, 비료 30.1% 등으로 상승세가 둔화되고는 있으나, 농민들의 어려움은 아직도 여전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여름과 가을에 걸쳐 우리 농촌을 엄습한 수해,태풍피해와 함께 아직도 끝나지 않은 피해복구와 턱없이 부족한 복구비는농민들의 마음을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더욱이 농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여망속에 출범한 국민의 정부 농정은 아직 농민들의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WTO체제 출범이후 본격적으로 지원됐던구조개선자금의 상환시기 도래가 IMF관리체제와 맞물려 농민들을 가장 괴롭히는 부채문제를 크게 야기시켰으나 정부가 마련한 부채대책은 미흡하기만하다. 정부의 부채대책도 농민들의 요구에 미흡하지만 좀체 내리지 않는 일선 농·축협의 금리도 농민들의 고통을 깊게 하는 큰 원인이다. 심지어16~17%의 금리에 3개월이면 23%의 복리를 요구하는 협동조합도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농업관련 기관·단체 개혁도 아직 농민들의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농조·농조연·농진공의 통폐합을 주요 골자로 하는 농업기반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은 24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됨으로써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협동조합의 개혁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각 협동조합은 일단 자체개혁안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하고는 있으나 중앙회 통합문제와 이종조합간 합병 논의는 각자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진통을 거듭해 왔고현재는 아예 물건너가 버린 느낌이다. 이외에도 마사회 농림부 이관이라든가 농안법 개정 등 주요 농정현안이 걸린 법률개정작업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 처리가 불투명하거나 상정조차 안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무인년 세밑을 보내는 농심은 이렇게 우울하다 못해 망연자실하고 있다.그러나 예서 말 수는 없다. 우리의 생명창고를 지키는 농민들이 어려운 한해를 멀리 날려 보내고 보다 나은 삶을 기대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이들의 농심을 어루만져줘야 한다. 더욱이 새해는 새로운 천년, 21세기를 준비하는 가장 바쁜 한해일 수밖에 없다. 21세기 농업, 농촌, 농민의 재도약을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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